월간차지 제4호 
CHARGED VOL. 4


APRIL/MAY 2026


특집: 영업합니다

영업은 물건의 장점을 설명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상대의 결핍을 정확히 간파하고 그에 맞는 물건을 들이대는 일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그것이죠. 설정 쇼트의 트리트먼트를 읽어보신 다음, 양쪽에서 내민 손과 그 손 위에 놓인 것들을 보시고, 궁금한 것부터 눌러 탐독해 주세요. 재미있을 겁니다. (편집부: PC 열람을 추천합니다.)


칸예 웨스트,   2006년 미국 일리노이

스타일을 방패로 삼을 것인가,
상실을 막아볼 것인가.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칸예였던 예(ye)는 촬영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하는 쪽을 택했다. 정전기 오른 풍선들이 천장에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 '스윗 식스틴'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당첨된 아론의 열여섯 번째 생일 파티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떠들썩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칸예는 자기가 들어서는 순간 2부가 시작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아론의 집을 급습한 MTV 카메라, 샴페인 타워, 비명을 질러대는 아이들, 붐박스. 칸예는 기분이 좋다. 아주 조금 우쭐하고, 아이들을 다정하게 대할 여유도 남아 있다. 데뷔한 지 고작 3년이 지났다. 그의 명성은 조금도 소모되지 않을 것 같고, 무한한 성공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낙관만이 가득했다. 훗날 그의 이름 주위에 들러붙게 될 수치심과 과대망상과 가족사진들, P-Diddy의 추문과 몰락이 미국 전역을 초토화시킬 미래도, 나찌가 될 미래도 아직 오지 않았다.
← 왼손: 선글라스


스테이플스 내 운명을 알려다오! 오늘도 영험한 점성술사 레지나 펠렌지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바로 여기에서.

독자차지

문열지 마세요
문열지 마세
문열지 마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독자 'J'님)



마쓰가에 기요아키,  1912년 일본 도쿄

잘못을 수습할 것인가,
내면의 평화를 찾을 것인가

“아니요! 결단코 아닙니다. 소생은 그 하룻밤에서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아무도 찾지 않는 광야로 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기선 게이샤와 귀부인, 여염집 여성과 화류계 여성, 교육받지 않은 여자와 청탑사 패들 간의 구별도 전혀 없습니다. 여자란 여자는 모두 거짓말쟁이에다 ‘음란한 육체를 가진 작은 동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화장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의상입니다.” 편지를 이렇게 마무리한 것은 아니다. 게이샤와 귀부인, 화류계 여성을 만난 하룻밤도 거짓이다. 하지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귀여운 기요 님’이라 생각하는 사토코에게 복수하는 것, 이제 자신도 게이샤를 돈 주고 사는 ‘진짜 추한, 진짜 남성’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야생마처럼 펜촉을 놀려 순식간에 쓴 편지는 금세 사토코의 집으로 배달됐다. 편지가 사토코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기요아키는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그 거짓말, 그 활자들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사토코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음을. 사토코는 그 편지를 읽었을까? 아마 방금 막 받았을 텐데, 사토코가 편지를 읽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 왼손: 당대 최고의 대필가가 쓴 연애편지
독자차지

성미산로와 월드컵북로의 경계에서. (독자 '연두'님)


에디터스 레터 ‘영업합니다’ 특집 기획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공간차지 오픈 임박! 월간차지 편집부와의 커피챗, 남가좌동 맛집 탐방, 그리고 새롭게 돌아온 '픽션 앤 프랙티스 워크숍'들로 즐비할 5월.

독자차지

“부처 안 잔다” ― 『월간차지』의 대박과 나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는 2026년이 되기를. 『월간차지』 독자들도 갓바위 기운 받아가세요. 『월간차지』를 읽는 당신, 올해 대박날 거야. (독자 '낭도'님)


일론 머스크,   2026년 미국 텍사스

직접 정정할 것인가,
동양의 샤머니즘에 명운을 걸어볼 것인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매일 밤 멜라토닌을 이기는 중이다. 돈이 너무 많아 평생 써도 다 못 쓸 것 같은 그에게, 젊음과 건강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걸 아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머스크의 불면 소식은 꽤 놀라운 일일 테다. 하지만 그를 이루는 요소 중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대한 자존심도 빼놓을 수 없다. 온전한 어둠, 밤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침대에 누워도, 그의 머릿속에선 거대한 자존심과 젊음-건강-불멸에 대한 강박이 밤잠을 두고 씨름했다. 원인은 머스크의 거나한 쇼핑 행위에 있었다. 그가 440억 달러, 당시 환율 기준 62조 8천억 원을 쓰고 ‘트위터’라 불리는 소셜 미디어를 구매했던 탓이다. 이미 사용자도, 시스템도, 이름값도 탄탄했던 트위터를 산 머스크.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트위터’라는 이름을 ‘X’로 바꾸고, 파랑새 아이콘을 ‘X’ 아이콘으로 바꾸는 정도였다. 쇼핑한 지 4년이 지났는데 사람들은 아직 ‘X’라는 이름보다 ‘트위터’라는 이름을 즐겨 쓴다. 출판되어 나오는 책이나 기사들도 “X(전 ‘트위터’)”라고 쓴다. 과거의 유령을 덕지덕지 달고 다니기엔 440억 달러는 너무 비싼 값이다. 우주로 재사용 발사체를, 화성 이주를 위해 화폐 제도부터 검토하는 혁신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머스크는 오늘 밤잠을 위해 5번째 멜라토닌 알약을 삼키던 중이었다.
← 왼손: 트위터를 X로 정정할 수 있는 스티커

독자차지

MONAD 너무 많이 분절된 엄마와 아기 (독자 '고수현'님)



독자차지

대마 미래 전략과 다음 세대의 바이오 메디컬, 기억 소생 한의학 사이의 수상한 밀회... (독자 '박귤'님)


마리 퀴리,   1911년 프랑스 파리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달콤한 것으로 기분을 전환할 것인가

마리 퀴리는 방금 막 거절당했다. 프랑스과학아카데미는 그가 여자라는 이유로 사실상 입회를 거부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지 벌써 여덟 해가 지났는데도, 남자들은 여전히 마리 퀴리의 성별을 업적보다도 큰 문제로 여겼다. 마리는 아카데미의 복도를 지나 야외로 걸어 나가며, 자신이 모욕당했다는 사실보다도 그 모욕이 너무나 저열하다는 사실에 깊은 피로를 느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디에 화를 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광장 계단에는 수백 마리의 비둘기 떼가 먹이 주는 노파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마리는 외투 깃을 여며 쥐고는, 저토록 번듯한 건물 안에 저토록 초라하고 변변치 못한 두뇌들이 모여 있음을 잠시 생각했다.
← 왼손: 신프랑스과학아카데미 정관 

독자차지

정호영과 프랭크버거가 콜라보한 오코노미야키쉬림프 버거. 장난하자는 건가 싶다. (차라리 치폴레 버거를 먹기를...) (독자 '금동현’님, 햄버거 티어메이커)



제니스,   1996년 미국 뉴욕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고민할 것인가,
강을 건너는 순서를 배울 것인가


제니스는 이제 막 두툼한 랩톱 뚜껑을 닫은 참이었다. 랩톱에서 흘러나오던 청색 빛만으로 버티던 방이 금세 어두컴컴해졌다. 제니스는 매력적인 웃음소리를 가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남편이 여비서와 놀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텅 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사이버로 소통하는 얼굴 모를 남자친구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낮까지만 해도 제니스는 괜찮았다. 랩톱의 빛 말고도 자연광이 있었으니까. 자연광이 저물고, 사이버 세계의 빛밖에 남지 않은 순간, 제니스는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함께 hh(holding hands)를 하며, 구겐하임 미술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버 남자친구에게 답답함의 근원을 토로한다. “남편이 여비서와 놀아나고 있어요.” 1초가 아까운 듯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버 남친에게서 답이 없다. 메시지를 열 개 보냈다. 아마 그쪽에도 정확히 열 번, 핑 소리가 울렸을 테다. “무엇이 잘못됐나요?” 초조해진 제니스가 다시 묻는다. 아직 답이 없다. 제니스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다. “당신을 직접 만나고 싶어요.”
← 왼손: 금붕어

여행수첩「머피와 함께한 날」



매구 씨가 돌아왔습니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잔뜩 기대하고 나선 운탄고도 라이딩에 악재가 겹치고 또 겹쳤습니다. 그 고행의 1박2일을 함께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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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차지

강북방범대원과 나 (독자 '이광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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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1985년 서울 순화동

흐트러진 머리를 고정할 것인가,
빈 방에 몸을 뉘일 것인가


부스스한 곱슬머리, 회색 외투 차림의 기형도는 이제 고작 스물다섯 살이었다. 중앙일보의 문화부 기자로서 신참 딱지를 막 뗀 무렵이었다. 그가 입사하던 1984년만 해도 회사는 서소문동에 있던 J빌딩에 적을 두고 있었으나 이듬해, 인근의 순화동에 번듯한 신사옥이 완공되면서 전 사원이 부산하게 책상이며 서류철을 옮겨야 했다. 대리석과 유리로 번쩍번쩍 광을 낸 건물에서 밤늦게 교정을 보고 나오면 안양의 집까지 가는 일은 너무 고되게 느껴졌다. 불 켜진 명보극장 간판 아래서 그는 잠시 걸음을 늦춘다. <깊고 푸른 밤>이 개봉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기에는 피곤했다. 독산동의 친한 동생네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질까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달만 해도 그 집에 벌써 여섯 밤을 묵었다는 것을 떠올리니 더는 면목이 없었다.
← 왼손: 갸스비 헤어왁스

스테이플스: 이달의 빈지와칭 「빈지와칭을 가장한 야구 이모저모 (사랑과 증오 사이 어디쯤)」



어느 LG트윈스 팬으로부터 도착한 지독한 애증의 수기. 야구팬이 ‘야구 다시는 안 본다’라는 말을 하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는데요. 그건 ‘나 진짜 퇴사한다’, ‘오늘은 일찍 잔다’ 같은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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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차지

Kirch Kirch (독자 '김수한무까치와두루미’님)



과월호 도서관 과월호를 찾아 읽는 일은 잡지와 관련한 모든 행위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것입니다...

방명록 

우리 함께 안부를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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