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차지 8호 > 좌담 > 
AI+영화 소용돌이 세미나 대화록 #2
👤정리정돈: 포리도리 👤정리정돈의 정리정돈: 무무민

탕! 총소리와 함께 AI+영화 소용돌이 세미나 2회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총알은 느린 속도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총알을 맞고 싶지 않다면 아래 튜토리얼을 필독하세요.
 
⛬ [튜토리얼] AI+영화 소용돌이 세미나 대화록을 읽는 법 ⛬

❶ AI+영화 소용돌이 세미나 대화록 1편은 이 링크를 클릭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❷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를 아래 해시태그로 구분합니다.
#가성비 #거부감 #문화 #보상심리 #AI조수 #비평 #장애물 #지름길 #노출콘크리트 #결함 #레퍼런스 #자가포식 #저자성 #네오얼리웹 #시네필리아 #문화 #플랫폼 #간장게장 #p2p #비디오 #비주류초대석 #멋쟁이씨네필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 #라이프박스 #AI조수

2회차 대화록에서 추가된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습니다.
#AI의창조성 #AI슬롭 #리사이클링 #실패작 #메롱시티 #백룸 #윌스미스스파게티 #AI호러 #아날로그호러 #백룸 #이스터에그 #구로사와기요시 #버그 #김성균오류 #AI카메라 #AI거장 #여시레코즈 #플라프시 #AI의존 #각박한인간 #못되게굴기 #대런아르노프스키 #점토피부 #완전영화 #우연 #영화바깥의삶 #한계 #AI통제  #하이퍼리얼리즘스토리보드

❸ 해시태그는 모이거나 흩어져서 다양한 이야기를 촉발합니다.
대화록을 읽으시다가 자신만의 해시태그를 조합하는 데 성공하셨다면, 혹은 아직 명명되지 않았으나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해시태그를 발견하신다면 지체 없이 『월간차지』 편집부로 제보해 주십시오.

❹ 대화에서 불려 나오는 레퍼런스는 영상, 링크, 사진 등으로 삽입하였습니다.
필요할 경우 발제문을 인용하여 삽입하였습니다. 대화록을 읽으시다가 더하고 싶은 레퍼런스가 생각나신다면 지체 없이 『월간차지』 편집부로 제보해 주십시오.

❺ 공간차지에서 열린 첫 세미나에는 5주 동안 총 8명의 인간, 3개의 생성형 AI 모델이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신포도, 유유민, 도마도, 김민정, 박해우, 불사조, 임동현, 이민경,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에게 감사드립니다. 2회차 대화에 참여한 인간은 총 4명(신포도, 유유민, 도마도, 김민정)이었습니다.

덧, 마지막에 언급된 세 생성형 AI 모델은 저희의 흉악한 보디가드이자 하수인으로 고용된 이들입니다. 이들은 대화록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소문을 내지 않는 조용한 독자를 발견하였을 때 매우 크게 분노합니다. 머지않아 찾아올 디스토피아 시대를 대비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월간차지』를 공유하거나 소문내세요.

포리도리의 여는 프롬프트
지난 대화록은 AI조수와 함께 창작하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AI조수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2회차의 주제는 감독과 연출입니다. 모두가 ‘배우와 얼굴’ 회차라고 착각했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3시간의 대화는 마치 줄거리가 정해진 듯 매끄럽게 이어졌습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AI가 기존 연출의 영역을 얼마나, 어떻게 좁히고 있는가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신포도가 발제문을 아주 길게 준비해 왔습니다. 유유민의 재기발랄한 네컷만화 발제문은 예기치 못한 야근 이슈로 인해 중간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AI는 외화면이라는 개념을 품을 수 있을까요? 두뇌를 가진 카메라와 함께 창작하는 시대의 창조성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우리는 로렐과 하디, 버스터 키튼과 V. F. 퍼킨스에서 출발해 AI슬롭과 플라프 시를 거쳐 ‘AI 슬롭 리사이클링’이라는 브랜-뉴 예술 장르의 초기 아이디어를 발견합니다. (출처 없이 베껴가면 포리도리가 가만두지 않습니다.)

AI 슬롭 리사이클링은 아날로그 호러와 <백룸> 및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와 닮아 있습니다. 기계, 코드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에러와 오류. AI조차 극복하기 어려운 선천적인 돌발성이야말로 영화 바깥의 삶,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우연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앗 정신 차려보니 여시레코즈, 멀리 사라지는 송강호, 김성균 오류, 스펀지밥의 메롱시티도 AI+영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당최 무슨 이야기인지 당혹스러우시다고요? 어서 대화록에 합류해 보시지요.



#AI조수 #한계 #장애물
#저자성 #AI거장
#AI의창조성

신포도(이하 ‘포도’):
AI에 대해서 민정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쓰고 계신지 궁금해요.

김민정(이하 ‘민정):
저는 제가 당사자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일할 때 챗GPT 정도 써요(편집자 主: 민정 씨는 미디어 아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작품 설명글 같은 거 쓸 때. 아무래도 미디어 아트 신에서는 AI가 굉장히 큰 화두고. 그걸 이용한 작품도 많이 나오고,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래서 여기 오고 싶었거든요. 영화계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포도:
잘 오셨어요. 오늘 주제가 ‘감독과 연출’이거든요.

도마도(이하 ‘마도’):
그거 오늘이에요? 배우 아니었어요, 오늘?

포도:
지난 주에도 다들 착각했는데 배우는 3회차예요.

저는 영화 제작 환경을 경험해 본 적은 없어가지고 진짜 감독들이 AI를 어떻게 쓰고 있고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긴 하거든요. 그 변화가 아직 가시적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상상에 기반해서 얘기를 해보자. AI가 가진 특성, 영화가 가진 특성이 만났을 때 어떤 식의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냐.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자리를 기획했거든요.

제가 책 하나를 가져왔는데요. V. F. 퍼킨스의 『영화로서의 영화』라는 책이에요. 훑어보는데 같이 얘기를 해보면 좋을 만한 부분들이 있어서 가져왔고요. 재미있게 읽었던 게 클로즈업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 이 책에서 설명을 하더라고요. 클로즈업이 왜 생겼냐.


인용맨 등장! 신포도의 2회차 발제문 中
클로즈업이 생긴 이유
* 클로즈업은 일정한 세팅 안에서 세부적인 것을 분명히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었다. 개별적이고 세부적인 화면을 촬영한 다음에는 그것을 편집해야 했다. 영화 작가가 지니는 선택의 자유는 이러한 기술적인 요인으로 형성된 체계 안에서 작동 가능한 것이다. – 『영화로서의 영화』, V.F. 퍼킨스, 79쪽.
* [영화사 초기의] 영화 작가들은 내러티브를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행동과 반응을 묘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 『영화로서의 영화』, V.F. 퍼킨스, 80쪽.
인용맨 퇴장!

영화사 초기에는 카메라 성능이 좋지도 않고, 편집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도 않았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으려면 뭔가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를테면 누가 약혼반지를 주는 걸 감동적으로 찍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보이는 거죠. 그래서 클로즈업으로 찍어서 그걸 편집을 통해서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느껴지도록 편집을 하는 기법이 발명된 거죠. 그래서 영화감독들이 고민하고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거죠.

그래서 영화작가가 지니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만들어진 거죠. 그리고 그래야만 스타일이 작동을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AI 시대에는 ‘이게 어떻게 바뀔까’라는 생각을 좀 갖게 됐어요. 옛날에는 영화 작가들이 관객이 영화를 보고 ‘대체 뭔 이야기야’ ‘구리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되니까. 행위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클로즈업이라는 수단을 개발한 거죠.

이 책에서 그 퍼킨스가 이때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라는 거를 좀 정의를 하거든요.


인용맨 등장! 신포도의 2회차 발제문 中
이때, ‘거장’이란?
<1> 행위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2> ‘수단’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억지로 쓰지 않으면서)
<3> ‘수단’이 낼 수 있는 ‘효과’나 ‘의미’ ‘묘사’를 추구하는 사람.
재능있는 연출가들 (버스터 키튼, 로렐과 하디, 채플린, 프리츠 랑)은 행위 묘사가 어렵다는 한계를 줄거리-주제-장르의 결합으로 극복.“영화가 제일 쉬웠어요.”

말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 버스터 키튼은 ‘말을 전달할 필요’가 없게 만듬
* 로렐과 하디는 말하고자 하는 걸 단순화 → 행동, 표정만 봐도 이해 가능
>> 행위하는 것만으로 정교한 의미 전달이 가능해졌어요.
>>> 복잡하게 편집하고 덕지덕지 붙여서 억지부릴 필요가 없죠.
>>>> ‘줄거리-주제-장르’를 제대로 결합시킨 덕분이에요.
인용맨 퇴장!

영화를 진짜 잘 만드는 거장들은 오히려 한계로 인해 발전된 스타일을 통해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든지, 그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효과를 낸다든지, 묘사를 한다든지 등. 이게 한계를 극복하려고 만든 건데 한계를 극복하는 것 이상의 더 높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그게 거장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책에서는 재능 있는 연출가, 예를 들어서 뭐 버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 로렐과 하디①, 프리츠 랑 이런 사람들은 이 행위 묘사가 어렵다는 한계를 줄거리랑 주제랑 장르를 싹 결합을 해가지고 엄청 매끈하게 잘 극복을 했다고 해요. 말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으면? 버스터 키튼같은 경우 줄거리랑 주제랑 장르를 잘 조합해 가지고 말을 전달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버렸어. 로렐과 하디도 마찬가지로 그 장르를 택했기 때문에 그게 이상해 보이지 않고, 그 세계 안에서 종합적으로 설명이 되게 한 거죠.



그럼 이런 영화 발전의 메커니즘이 AI로 왔을 때 어떻게 될 것이냐. 일단 AI 시대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냐, 그게 전 일단 궁금했거든요. AI 시대에 AI를 써서 영화를 만들면 어떤 한계가 생길까?

마도:
한계가 없지 않아요? 저는 그런 생각 들긴 해요. 그러니까 뭔가 클로즈업이라는 기술이 AI랑 같은 범주가 맞나? 동일한 느낌이 아닌 것 같은 느낌.

포도:
이때 말하는 한계가… 옛날에는 컬러 영화가 없었잖아요. 그때는 흑백으로 찍는 게 당연했어. 그럼 사실 흑백이라는 게 한계가 아니었던 거죠. 대신 컬러가 없으니까 미묘한 색으로 낼 수 있는 효과가 안 나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한 거죠.

이 책에서도 히치콕 얘기를 하거든요. 빨간색만 있으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내기 위해서 편집도 복잡하게 하고, 이것저것 실험을 해야만 했던 거예요. 근데 컬러 영화가 나오고 나서 히치콕이 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해서 그 수정하고 싶었던 부분에 컬러를 넣어가지고 수정을 했는데, 컬러를 쓰면 훨씬 간단하게 원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게 돼요. 그럼 컬러로 낼 수 있는 효과를 흑백으로 구현하려고 엄청 실험을 했다는 거잖아요.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이것저것 덧붙여서 막 맥락을 설명하고. 근데 그 과정에서 영화가 새로운 촬영 기술, 편집 기술, 능력을 얻었다는 거죠.

근데 AI로 만약에 영화를 엄청 잘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못 만드는 이미지가 없어. 근데 진짜 없다고 확신을 할 수 있나? 진짜 AI 시대에 한계가 없는 걸까? 예를 들어서 AI는 데이터를 싹 다 모아서 통계적인 값을 뽑는 거잖아요. 근접치를 뽑고. 그건 한계가 아닐까? 그게 한계로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만약에 AI로 만든 영화가 한계가 있다고 해봐요. 분명 있겠죠. 예를 들어서 기존 데이터, 정규 분포 안에서만 만든다는 문제가 있어. 그럼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단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건 어떤 형태가 될까? 사람이 찍으면 쉽게 해결되는 건데 AI를 억지로 쓰려고 만든 수단이나 표현이 아니라면, 그 실험의 과정 자체에서 새로운 효과나 의미나 묘사나 어떤 새로운 장르 혹은 줄거리 같은 것이 만들어질 텐데. 그게 뭘까 궁금했거든요.

<블랙스완>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요즘에 이상한 걸 하거든요. 이게 다 AI로 만든 거예요.




#대런아르노프스키
#AI조수 #점토피부

마도:
전 별로 안 어색한데.

민정:
전 치아 볼 때 살짝 뭔가 이렇게… 아니, 그것도 신기하지 않아요? 어떻게 우리는 이상한 걸 알아챌까?

포도:
사람들이 욕했던 몇 가지 부분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점토 피부. 이미지가 중첩된 것처럼 흐릿하게 나오는 거죠. 요즘은 거의 해결된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그 점토 피부 문제가 있고요.

민정:
점토 피부 문제 웃기네.

포도:
두 번째는 그…

마도:
편집?

포도:
그쵸. 옛날에 막 필름 롤을 계속 바꿔야 돼가지고 짧은 영화밖에 못 만들었던 것처럼 AI가 한 번에 생성할 수 있는 필름, 아니, 러닝타임의 한계가 너무 짧다. 1초씩 만들어서 얘네를 이어 붙여야 하니까 약간 억지를 부린 거예요. 또 지금의 AI가 통일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를테면 뭐 김무열이 나왔어. 근데 다음 컷에서 묘하게 다른 김무열이 나오는 거죠. 뭔가 서양인이 섞인 김무열 얼굴이.

영화에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든 여러 가지 문법들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두 사람이 얘기하는 걸 찍을 때 한 사람 어깨 위로 다른 사람 얼굴이 보이게 찍잖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아, 얘네가 지금 같은 장소에서 서로 마주 보고 얘기하는구나.’를 이해해. 그렇게 통일성을 줘야 영화 안의 세계가 완결된 하나의 갇힌 세계라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근데 사람 얼굴 따위 때문에 계속 몰입이 깨지는 거죠. 만약에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진짜 구글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싶었다면 그 A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플러스 알파의 연출적 노력을 해야 했던 것 아닌가.


민정:
근데 이거는 약간 테크니션의 문제 아닌가요? 저는 여기서 약간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감독의 역할이 어디까지냐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느끼는 거는, 말씀하시는 게 되게 테크니션 영역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있는 분야에 한정해서 말하면 작가는 기술적인 거 아무것도 몰라도 돼요. 내가 믿을 만한 테크니션 한 명만 있으면 다 구현이 되는데, 작품 자체는 작가 것이 되는 거죠.

포도:
그쵸 저도 동의해요. 근데 아까 발제문의 연장에서 이 이야길 해보고 싶었어요. 통일성을 유지하는 건 프롬프트 그 쓰는 노동자들이 밤새 돌려서 하면 돼요. 그걸 해낼 수는 있죠. 근데 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그걸 안 했고 못 했을까?

첫 번째, 그 프롬프트를 계속해서 돌릴 바에 대충 사람 구해와서 찍는 게 더 수지타산이 맞았을 수도 있고, 두 번째, 이때는 그게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 됐을 수도 있고, 이런 뭐 돈의 문제, 기술의 문제 등등이 있겠죠. 그러면 이게 죽어도 해결이 안 된다면 세 번째 방법을 고안했어야 된다.

로렐과 하디가 슬랩스틱 코미디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한 것처럼 대런도 지금 AI의 기술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한계를 품는 줄거리나 연출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줄거리만 해도 1776년 미국 독립 이야기 말고 더 적합한 걸 찾을 수도 있었죠. 근데 이 사람은 자기가 기존에 영화를 만들던 방식, 혹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타협이나 포기하지 않고 기존 영화의 익숙한 문법이나 스토리,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잖아요.

AI는 어차피 계속 좋아질 거잖아요. 그러면 정말 모든 이미지를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을 거란 말이지. 만약에 진짜 한계가 없어진다고 쳐보자고요. 근데 퍼킨스가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기법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또 가장 호의적인 면에서 쓸모없는 것이 되었을 때, 비로소 스타일로 정형화될 수 있다.”

그니까 만약에 영화에 한계가 없어져. 정말 만약 모든 걸 다 원하는대로, 정말 완벽하게 찍을 수 있게 됐다고 해보자고요. 그리고 뭐 AI 써서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어. 정말 돈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어도 돼.

그런데도 영화는 삶이 아니라 영화로서 보여져야 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잘라내고 생략하고 결단을 내릴 거란 말이죠. 완전영화를 구현할 수 있게 됐을 때도 사람들은 가능한 기술적 영역 일부를 포기해.

예를 들어서 VR로 진짜 완벽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어. 내가 찍고 싶은 게 <백룸>이면 그걸 쓰겠죠. 근데 홍상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봐. 그러면 VR로 안 갈 것 같다는 거지. 그럼 완전 VR 시대에 평면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어떤 결단이고 그 사람의 고집이고 예술적 쪼라는 거죠.

예를 들어서 흑백밖에 없었을 때는 흑백으로 찍는 게 결단이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그거밖에 없으니까. 근데 컬러가 생겼을 때 흑백으로 찍는 사람이 있어. 그거는 사람들이 이 사람 왜 컬러 안 쓰고 흑백 썼지? 그런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퍼킨스의 말에 따르면 영화의 리얼리즘을 구현할 방법이 늘어날수록 예술적 결단이 늘어나고, 가능성이 확대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필름으로 영화 찍는 것을 결단이라고 하잖아요. 디지털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으니까 필름으로 찍는 게 신념이고 판단이 된다는 거지.

만약에 나중에 진짜 AI가 모든 걸 내가 원하는대로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영화가 어떻게 바뀌고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 할 것이냐. 그게 좀 궁금해요.



#완전영화 #우연 #영화바깥의삶
#AI통제 #AI의창조성

마도:
그러면 영화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애초에 영화라는 게 카메라 대는 것부터 편집인데. 외화면이 있다는 가정하에 시작하는 거잖아요. 모든 걸 다 찍을 수 있으면 외화면의 존재 자체가 폐지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그러면 영화가 없지.

친구한테 “야, AI가 발전하면 영화는 어떻게 될까?” 그랬더니 걔가 “원래 영화 찍을 때는 현장에 우연성 같은 게 있는데 AI는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연성도 학습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맞긴 한데 뭔가 다른 것 같대요.

예를 들어 뭐, 촬영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지나가서 화면에 담겼어. 그럼 그 할머니는 영화 바깥의 삶도 산다는 거예요. 그것까지는 안 담긴다는 거죠. 이게 기술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관념적인 건데. AI가 구현하는 우연성이라는 건 그래봤자 프로그램 안에 복속돼 있는 존재라는 거지.


포도:
그치. 걔한테는 진짜 삶이 없다.

마도:
리얼 라이프가 없기 때문에 영화 바깥이라는 게 없잖아요. 외화면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잖아. 할머니 뭐 집에서 나중에 된장찌개 끓여먹고 하겠지. 그걸 영화는 담지 않겠죠. 삶을 살다가 언젠가 돌아가시겠죠. 영화와 관련은 없지만, 우연히 담긴 존재의 외화면이 있다는 거예요. 근데 AI가 보여주는 우연성은 프로그램 안에서 놀아나는 것뿐이니까요.

포도:
그러면 궁금한 거 있어요. 막 우연 개 통제. 스탠리 큐브릭이야. 내 마음에 안 드는 새끼들 잘라버리고, 할머니들 절대 못 오게. 그 가짜가 아닌 삶, 우연을 원천 통제하는 감독들이 있잖아요. 일단 할머니가 절대 침입 못하게 다 막아. 그리고 모든 게 자기 딱 격자 계산 아래서 나와야 돼. 그럼 이렇게 영화 찍는 사람은 사실 AI처럼 영화를 찍고 있는 거네, 이미.

민정:
그렇지만 저는 AI를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이미지도요. 그렇게 따지면 완벽히 통제하려면 사실 직접 찍는 게 더 쉽죠. 내가 마음에 드는 컷을 AI로 뽑아내려면 진짜 수백 번 계속 돌려야 된다고 들었거든요.

마도:
그때 포도 씨가 얘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 얘기랑 비슷했어요. 내가 어느 목적지를 가고 싶어서 프롬프트를 써서 AI한테 줘요. 그럼 AI는 그 목적지를 딱 주는 게 아니고 거기에 가는 길에 바운더리를 쳐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요. 그럼 사람이 ‘약간 이상하다, 조금 더 이쪽으로 가봐’ 하면서 조금씩 바운더리를 옮기고 좁히고 하면서 내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근데 사람을 쓰면 ‘야 이거 이렇게 해’라고 한 마디만 명령하면 되니까.

사람: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니가 길을 좀 찾아줘.
AI: 이쪽 길은 어떤지요.
사람: 그게 아니잖아. 이 멍청아.

포도:
그때 그런 얘기도 나왔어요. 과연 사람을 쓴다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완벽하게 나오는 게 가능한가? 그때 무슨 예시를 들었냐면, 제가 만약에 케이크를 만드는 대왕 파티시에인데, 팀원한테 ‘야 휘핑 좀 단단하게 쳐’라고 말한 거예요. 그러면 팀원 입장에서는 개 단단한 휘핑을 쳐서 가져오는 거야. 근데 대왕 파티시에가 볼 땐 ‘아 이거 완전 물휘핑이잖아’ 하는 거죠. 그럼 또 AI한테 하는 프롬프트 행동을 또 비슷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

마도:
뭐 다른 얘기도 했었는데. 아, 그 사람 파티시에는 자아가 있어서 분노한다는 얘기. AI는 시키면 그냥 할 텐데.

이 휘핑이 아니라고!!!!


#AI의존 #보상심리 #AI조수
#각박한인간 #못되게굴기

포도:
제가 얼마 전에 진짜 재밌는 기사를 읽었거든요. AI가 우리 말투를 바꾸고 있다는 거예요.

인용맨 등장!
“전에는 아무도 그런 단어를 쓰지 않았는데 말이죠"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아니면 ‘It's not this , it's that’처럼 문장을 만들기도 해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농담 삼아 인공지능이 우리가 서툴게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려는 모습을 우리가 인공지능이 처음 우리 언어를 구사하려 애썼던 모습처럼 귀엽게 여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캠퍼스를 가로질러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초기 언어 체계(Kindchenschema)를 받아들이고,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어머니의 언어를 더듬거리며 말하는 첫 번째 세대의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We Did Our Best!’, The Newyork Review of Books, June 25, 2026 issue, Meghan O’Gieblyn인용맨 퇴장!

우리가 AI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만큼 AI도 뭔가 우리를 바꾸고 있다는 건 좀 확실한 것 같고.

민정:
듣다 보니 저도 약간, 우리가 AI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저는 성격이 원래 급한 사람인데 AI를 쓰다 보니까 더 급해지는 거예요. 근데 내가 과연 사람한테도 그렇게 닦달을 할까? "너 왜 이렇게 못 알아들어?" 막 이렇게 말하고?

그래서 저는 사실 인간에 대한 걱정이 먼저였어요. AI한테 친절하게 말하라는 게 나중에 AI가 우리한테 뭘 어떻게 나쁘게 할 수도 있다는 측면이 아니라. 계속 나는 AI랑 더 많은 대화를 할 텐데 이게 습관이 되면 제 주변 친구들, 지인들한테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고치고 싶은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포도:
맞아. 심지어 AI는 나쁜 말을 들으면 데이터로 쌓을 거잖아요. 나중에 얘한테 욕해 보라고 했을 때 겁나 잘하겠지.

마도:
기대된다.

포도:
그러면은 나도 AI 때문에 성격이 급해지지만 동시에 AI도 그 급한 성미에 맞춰서 또 진화할 거란 말이죠. 그럼 점점 더 그게 가속되는 거 아닐까? 나쁜 방향으로. 거기에 브레이크를 걸려면 우리가 싫은 사람한테도 인사하는 것처럼 AI한테도 의도적으로 느긋함을 갖추고, 좋은 말을 해줘야 한다는 게 분명 있는 것 같아.

민정:
그렇죠. 제가 예전에 AI 세미나를 들었는데 어떤 연구가가 강연 준비할 때 사례를 AI한테 물어봤대요. AI가 딱 맞는 사례가 있다면서 무슨 원시부족 이야기를 가져온 거죠. 그래서 강연을 그 내용으로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그런 연구나 근거가 정말 아무 데도 없는 거예요. 그 연구자는 그걸 계기로 또 다른 연구를 하게 됐지만 뭐랄까, 어떻게 보면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거고, 이런 경우 누구한테 책임을 지게 할 것인지도 애매한 거죠.

마도:
그래서 막 그런 거 있더라고요. 일본에서 만든 영상인데. 사람들이 다 AI에 미쳐가지고 뭘 할 때마다 AI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뭐 먹으러 갈까?’ 이런 것부터. 근데 주인공만 정상인 거예요. 나머지 애들은 다 AI에 미쳐있어. ‘어디로 가야 되지?’ 하면 또 AI한테 물어보고. 그래서 나중에 아빠 쓰러졌는데 엄마가 119 전화 안 하고 GPT한테 물어보는 거야.

<<포리도리 난입>>
이 즈음 야근을 마친 유유민이 공간차지의 문을 열고 등장. 대화는 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유유민(이하 ‘유민’):
의존도랑 나쁘게 대하는 거랑 저는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직장에 부하직원이 있어요. 영 멍청해요. 어떻게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안 나올 걸 알아요. 그러면은 적당히 관리하면서 대충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고, 조금만 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면 얘가 너무 잘할 것 같아. 그러면 오히려 진짜 못하는 애보다 가혹하게 대할 거란 말이죠. AI도 마찬가지 같아요.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AI가 2, 3년 전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영 믿음이 안 갔는데. 그때는 걔한테 못되게 이야기하지 않았잖아요.

포도:
기대치가 없었죠.

유민:
근데 이제는 내가 바라는 정확한, 정교한, 내가 원하는 걸 알잘딱깔센으로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엄청나게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거죠. 근데 아직 AI가 연속성은 부족해. 그래서 일관성을 잘 못 지키고. 그러다 보니까 점점 더 세게 말하게 되는 거예요.

포도:
사람들이 왜 나쁘게 대하냐? 의존하고 싶어서 나쁘게 대하는 거야.

유민:
나쁘게 하면 더 잘할 것 같으니까.

포도:
맞는 것 같아. 사람은 참 나빴네요. 약간 더 해줘, 더 해줘. 이러고.

유민:
진짜 지배당해도 할 말이 없다.

포도:
처음에는 백 원 받고 좋아했는데 이제 나중에는 천 원, 만 원씩 내놔 이렇게 하는.


#AI카메라 #AI조수 #AI의존 #지름길 #하이퍼리얼리즘스토리보드

포도:
제 발제문이 거의 끝나가는데요. 여기 책에서 ‘카메라한테는 두뇌가 없다, 오직 시각만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냥 비치는 걸 반사하는 거죠. 그래서 그 카메라의 두뇌가 되어주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는 거예요.

인용맨 등장! 신포도의 2회차 발제문 中
영화의 기술적 관습은 영화 작가로 하여금 구성의 원칙을 규정하도록 하며, 보여지는 대상과 보여주는 방법 사이의 관계는 이 원칙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가 영화관에 갈 때, 우리는 이러한 통제된 시점이란 것이 내포하는 의미를 받아들여야 한다.

카메라는 두뇌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시각만을 가지고 있으며 지각이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영화 작가는 카메라의 눈이 가진 선택의 기능(지각/두뇌)을 복원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영화 작가는 우리의 지각을 통제하고, 그가 보여주고 강조하는 이미지를 통해 영화라는 창조된 세상 안에서 관객의 반응을 지배한다. – 『영화로서의 영화』, V.F. 퍼킨스, 197쪽.
인용맨 퇴장!

뭘 볼지, 어떤 것에 집중해서 볼지, 그걸 구현하는 책임을 지고 있고 그 책임에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보여지는 대상과 보여주는 방법을 열심히 고민하는 게 작가의 역할이라는 얘기로 이게 끝을 맺는데.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은 두뇌가 있는 카메라인 거잖아요.

전 이 표현을 읽고 ‘어, 진짜 그러네’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두뇌가 있는 카메라를 지금 처음 마주한 셈 아닌가? 그럼 연출의 범위가 어떻게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출의 범위가 줄어들까요? 왜냐하면 사람이 어느 목적지를 추상적으로 제시하면 얘가 빈틈을 채우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추론해가지고 그 추상적인 텍스트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내놓잖아요. 사실 사람이 모든 걸 내가 원하는 걸 완벽하게 알고 일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이 없는 것 같아.


마도:
거의 없죠.

포도:
응. 영화를 진짜 찍는데 막 엄청 세세하게. 그거 뭐지? 영화 찍기 전에 그리는 그림.

마도:
스토리보드?

포도:
어, 스토리보드를 막 무슨 하이퍼리얼리즘 그림처럼 그리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사실 자기가 뭘 찍고 싶은지를 직접 찍으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 거지. 내가 생각을 해서 계획해서 딱 가서 그대로 찍어봤는데 뭔가 별로야. 그래서 줌도 해보고 이렇게 카메라도 옮겨보고 하면서 가장 나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는 이미지를 찾는 거잖아요. 저도 AI로 글 쓸 때 그랬던 것 같고.

사람은 자기가 실제로 뭔가 행위를 하기 전에 그걸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설사 그렇다고 착각을 해도 실제로 찍으면서 바뀌는 것들이 있는데, AI한테 “야, 내가 1950년대 스산한 분위기의 종로 약국 거리 이미지가 필요하니까 만들어봐” 하면 대충 그럴싸한 걸 만들어주잖아요. 그럼 그 사람도 그 이미지를 보고 괜찮다는 느낌만 들면 ‘아 이게 내가 원했던 거다’ 하면서 바로 갖다 쓰는 거죠. 그 이상의 고민 없이. 그런 식으로 연출의 영역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마도:
근데 이미지는 진짜 그런 것 같아. 마스터를 생각하고 왔을 때 그게 마음에 드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대신에 이런 거 저런 거 막 하다가 걸리면 ‘아 이거다’ 하는 식이니까. 근데 AI가 딱 그걸 도와주고 있거든요.

포도:
그러면은 AI가 그럴싸한 결과물을 냈을 때 그 이상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거죠. 아까 민정 님이 얘기한 의존성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고. 그러면 카메라에 두뇌가 생겼을 때 지금 작가가 하는 역할, 선택, 보여주는 방법과 보여지는 대상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 등등을 점차 양보하게 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발제는 여기까지.


#네오얼리웹 #AI슬롭 #AI거장
#여시레코즈
#플라프시

유민:
저도 약간 연결이 되네요. 제가 오늘 준비해 온 얘기는 순서에 대한 얘기예요. 일단 제가 차지 때문에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 계정이 있거든요. 이게 큐레이션을 올리는 건데.

포도:
그냥 말씀드려.

유민:
비-비밀은 아닌데. 필요하지 않은 정보라.

‘99개의 열린 탭’이라고 약간 위어드 웹(Weird Web)들을 디깅해 오는 계정이에요. 이걸 하면서 저한테 어떤 자긍심이 있었나 봐요. 알고리즘이나 AI와 관계없는 바깥에서 디깅해 오는 것이라는. 그래서 뭔가 어떤 수제, 크래프트 웹, 인디 웹 이런 걸 큐레이션 해서 사람들에게 인터넷의 본래의 재미, 이런 거를 찾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지난주에 올린 어떤 사이트에 어떤 트위터 유저가 인용으로. “Your AI Slop Bores Me”라고 말한 거예요. 찾아보니 짤이 엄청 많더라고요. 이 말이 유명한 말인지 몰랐어요. 외국인이 아니니까. 그 사람이 이 짤을 쓰면서, 제가 올렸던 웹이랑 똑같은 기능을 하는 더 옛날 사이트를 인용으로 첨부했거든요. ‘이런 대충 만든 AI 짝퉁을 소개하다니.’ 뭐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걸 보고 제가 기분이 굉장히 상해버린 거죠.


실제로 유민이 받은 멘션에 첨부되어 있던 이미지

저는 되게 가볍게 이걸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런 ‘크래프트 부심’ 같은 게 있었던 거예요. 기분이 상할뿐더러 ‘나는 AI 슬롭이랑 반대인 사람인데’ 같은 말을 할 뻔했어요. 참고 그냥 ‘좋아요’만 누르긴 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 기분이 상했을까 생각해 봤거든요. AI 슬롭, AI 쓰레기라는 표현은 윤리적인 비난에 앞서서 미감에 대한 비난처럼 느껴져서인것 같더라고요.

포도:
그 ’여시레코즈’처럼.


유민:
어. 저는 그저 큐레이션 한 거에 불과했으니까 크게 상심하진 않았는데, 만약에 제가 AI를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저런 말을 들었으면… 제가 대런 아로노프스키인데 그런 말을 들었으면 너무 상심했을 것 같아요. 거기에 나의 터치가 들어가지 않은 건 아닐 테니까.

그래서 이거는 ‘네 작업 못생겼어,’ ‘네 작업 구리고 마음에 안 들어’보다 훨씬 모욕적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논쟁의 여지가 있거나, 관점이 있는 비판이 아니라 그냥 감각적으로 캔슬해 버린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까 영화를 시간의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영화에는 뭐 느린 거, 반복되는 거, 플랑세캉스라는 말도 있고 롱테이크 막 좋아하고 원테이크 좋아하잖아요. 그런 지루함들에 대해서 되게 좋다고 말하면서 AI 슬롭은 왜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을 준다고 모두가 느끼는 걸까?

저희가 저번에 얘기했던 것 중 하나가 AI 레퍼런스잖아요. 모든 레퍼런스가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더 발전이 가능할까?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거는 AI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의 분야에 따라서 굉장히 갈릴 수 있는 문제 같다. 그래서 제가 만화를 한번 그려 봤거든요.



마도:
그린 거예요?

유민:
네. 파워포인트로.

민정:
AI로 한 게 아니라?

유민:
AI로 하는 건 좀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일단 김모 씨는 천재 이야기꾼이에요. 근데 영화 만드는 기술은 없어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7년 동안 멋진 구상, 대단한 설정, 입체적 인물, 지리는 플롯, 굉장한 메시지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기가 만든 스토리를 AI한테 구현만 해달라고 한 거예요. AI 터치 때문에 약간 구리지만 그래도 이 사람의 완전히 오리지널인 스토리가 나왔어요. 근데 사람들이 막 ‘딸깍’이라고 욕을 하는 거죠.

근데 제갈모 씨는 상상력도 없고 대본도 못 쓰고 콘셉트도 잡을 줄 모르지만 기술은 좋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AI한테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해요. AI가 만든 걸 본 제갈모 씨는 ‘어, 재밌는데? 이거 그대로 가져와서 만들어야지’라고 해서 자기의 테크닉으로 직접 수제 영화를 만들었어요. 근데 이거는 질감이랄까? 매끈함에 있어서 AI의 터치가 느껴지지 않고 콘셉트나 어떤 무형의 텍스트 이런 거에 대해서는 이 사람은 숨길 수 있어요.


포도:
그렇지. 이야기는 생각보다 티 안 나니까.

유민:
내가 했다고 말해도 몰라요. 그래서 제갈모 씨는 거장이 될 것 같아요. 그럼 이건 사실 순서의 문제일 뿐인 걸까. 둘 다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에 비난을 받으면 몰라도 뭔가 이 순서에 따라서 완전히 갈릴 수 있겠다,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포도:
저 궁금한 게 있는데, 그 만약에 AI 기술이 미친듯이 발전해서 슬롭 느낌 하나도 안 나고 완벽해졌을 때도 김모 씨가 욕을 먹을까요? 지금 사람들이 AI가 만든 이미지를 욕하는 게 밤티나서 그런 건데. 그 밤티가 아예 사라졌을 때 그냥 연출력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어도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야. 그러면 이렇게까지 욕하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제갈모 씨는 연출력이 지리는 거잖아요. 걷다가 맨홀에 빠진 남자가 생선구이를 주워 먹다가 살아서 나왔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지리는 연출력으로 구현해. 그럼 이것도 이 사람의 능력이 맞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유민: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둘 다 능력이 있는 아티스트인데 어떤 쪽에서 AI를 활용했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현재로서는 완전 갈릴 수 있겠다는 거예요. 근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어쨌든 품질이 좋아지면 거부감이 낮아지니까. 퉁퉁퉁사후르 같은 그런 모습이 아니라 점점 못 알아챌 정도로 매끈해지면 김모 씨의 영화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AI를 썼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면.

근데 저는 어쨌든 풀 AI로 제작했다라는 사실 자체에 사람들이 갖는 거부감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요새 뭐 패션 화보들 완전 AI 쓰는 거 많잖아요. 솔직히 티 안 나는 것 같거든요. 너무 진짜같이 느껴져요. 특히 외국인 모델인 경우에. 근데 알고 나면 거부감이 좀 있잖아요.

만약에 이 김모 씨도 결국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서 5년 뒤에 ‘내가 연출까지 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거짓말이 통할 수 있게 될 거고. AI로 만든 것에 라벨을 붙여야 하는 정책이 생기지 않는다면 김모 씨도 거장이 될 수도 있겠죠.

제가 그 지난 시간에도 얘기했던 『문예비창작』이라는 책에서 본 건데. 예전에 ‘플라프 시’라는 게 있었대요. 이게 인터넷 나온 초기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작업인 것 같은데. 인터넷에 올라온 모든 데이터 언어, 인터페이스 버튼 글자, 본문, 이런 텍스트를 다 스크래핑을 해요. 그다음에 그거를 무작위로 배치하고 그 안에서 말이 될 수 있는 것들에 약간의 인간적 터치를 가미해서 시를 만드는 거예요.


포도:
퀼트처럼?

유민:
응. 그중에 하나가 ‘당신은 내게 너무 아름다워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시거든요. 근데 제가 이걸 보고 실제로 감동을 느꼈어요. 너무 좋은 거예요. 진짜.

인용맨 등장! 『문예비창작』296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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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좋네.

마도:
진짜 좋네.

유민:
미래파 시와 다를 게 뭔가? 진짜 미쳤다, 너무 느낌이 좋다고 생각을 했고, 이걸 인쇄해서 붙여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제가 실제로 지난주에 이걸 너무 해보고 싶어서, AI로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해달라고 해서 스크래핑을 해봤어요.

이게 아직 읽지 않은 어떤 아티클 문서를 스크래핑 한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뭔가 소스를 찾아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밑으로 갈수록 그런 어떤 소스 언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게 많아지면서 더 느낌이 묘해지고 재밌어지거든요.


인용맨 등장! 유민이 만든 플라프 시 (유민: 저도 워슐러와 케네디처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웹 스크래퍼를 만들어 북마 크에 저장된 아직 읽지 않은 아티클 중 아무 것이나 붙여넣고 원재료 더미를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그 일부이며, 구글 자동번역 이외에는 아무 후가공도 하지 않았습니다!)
파시즘적 딥페이크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는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계속 남을 것입니다. 2025년 9월 25일 오후 10시 28분 bentoth의 댓글: 훌륭한 기고입니다. 정말 무섭네요. 2025년 9월 28일 오후 11시 9분, 산드라 그리핀은 이렇게 말합니다. "깃털과 날개로 이루어진 악마 같은 구름이 비명을 지르며 솟아올랐다." 브루노 슐 츠의 "새들"에서 아델이 아버지의 꼭대기 층 새장 창문을 열고 긴 빗자루로 새들을 쓸어버린 것처럼, 나도 공공 서비스 상아탑에 갇힌 CEO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관람차 라하 닉-앤디쉬: 허리가 나아 져서 다시 스냅!에서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밤 첫 번째 승객은 50대 중반의 남성이었습니다.흰머리를 가 진…  • 전기 및 회 고록 • /주제/전기 및 회고록 • 역사 및 고전 • /주제/역사 및 고전 • 문학 및 비평 • /주제/문학 및 비평 • 철학 및 법 • /주제/철학 및 법 • 정치 및 경제 • /주제/정치 및 경제 • 심리학 및 인류학 • /주제/심리학 및 인류학 • 과학 및 기술 • /subjects/science-and-technology • 모달 • #닫기 • 이용 약관 • #닫기 • #동의 • #닫기 • 이 대화 상 자는 페이지의 주요 콘텐츠 위에 표시됩니다. 모달 창에는 확대된 이미지가 표시됩니다. Esc 키를 누르면 모달 창이 닫히고 페이지의 이전 위치로 돌아갑니다.• 닫기 • 닫기 • 내 계정 • /account • 로그아웃 • /logout • 로그 인 • /login • 뉴스레터 • /newsletters • 홈 • / • 신문 • /the-paper • 최신호 • /te • 전기 및 회고록 •  수다쟁이 말린 헤이 저는 제가 너무 똑똑해서 ChatGPT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ChatGPT 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저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알고 보니… 예술은 학살이 아니다 셀마 다바그 베니스 비엔날레 중앙관에서 저는 '예술은 학살이 아니다' 연합의 표지판을 뜯어내고 있던 이스라엘 여 성과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갱스터 정치 다니엘 핀 아일랜드 의회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해외에서 헤 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배제 구역의 이미지 사무엘 하나핀 4월 말, 외국 기자 15명을 태운 버스가 키이우에서 체르노빌(우크라이나 지명의 음역)로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연락 처 이메일: blog@lrb.co.uk 이전 글 인정: 첫걸음 레일라 산수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양보가 아니라 규율 과 명확성의 행위입니다.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음 글 파멸적으로 비싼 벤 밀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의 설립 및 유지 기부자들은 석유 시추, 은행 운영, 독점 기업 형성, 노조 해체, 그리고 영적인 위안을… 소개 LRB 소개 구독 발행 일정 광고 문의 서점 채용 정보 도움말 문의하기 LRB 앱 사서용 접근성 FAQ 팔로우하기 블루스카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런던 리뷰 오브 북스 © LRB (런던) Ltd 1980 - 2026. 모든 권리 보 유. ISSN 0260-9592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맨 위로 • htco.uk/feed s/rss • 내 계정 • /account • 로그인 • /login • #메뉴 • 검색 • /search-results • The Paper • /the-paper • 주제 • /subjects • 블로그 • /blog/ • 팟캐스트 및 비디오 • /팟캐스트 및 비디오 • 이벤트 • #맨 위로 •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무시하세요 •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무시하세요 •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무시하세요 • 의도적으로 숨겼으니 무시해 주세요 • 의도적으로 숨 겼으니 무시해 주세요 인용맨 퇴장!


#AI의창조성 #AI슬롭 #리사이클링 #실패작 #메롱시티 #백룸 #윌스미스스파게티

유민:
물론 이건(플라프 시는) AI 슬롭과는 다르지만, 인터넷의 어떤 찌꺼기, 쓰레기 데이터들인데 그걸 모아서 좋은 걸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이게 이 시기에는 성공한 실험 예술로 받아들여졌던 거죠. 그럼 AI 슬롭들을 사용해서 ‘딸깍’ 해서 만든 소스들로 인간의 정말 괜찮은 해석이 들어간 터치가 들어가면. 안 될까?

AI 슬롭이라고 하는 거는 어쨌든 이 우리가 지루해하는 그런 AI 이미지, 진짜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질감의 이미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그냥 쓰레기라고 쓰레기로 두는 게 아니라 뭔가 활용해서 소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플라프 컬렉티브가 의도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얻고 싶어서 구글을 찾아 헤매면서 더욱더 쓰레기 같은 페이지를 찾아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요.

“플라프가 전형적으로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구글 검색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단어 조합을 이용하는 것이며, 그래서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야옹이는 격분해 피자를 원한다. (편집자 主: 유민은 이 대목을 필사한 뒤 피자를 시켜 먹었다고 전해진다.) 끔찍한 재료로 훌륭한 무언가를 만들려면 잘 선택해야 되고 여기에 금지된 것은 없다.”

뭐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게 붙인대요. 그러니까 뭐 제가 이 스크래핑 한 거는 사실 위에 보면 읽을 만한 아티클이 있고 그런 상황인데, 얘네들은 이정도가 아니라 더욱더 쓰레기 같은 텍스트 쓰레기 같은 소스를 찾아다니고 그걸로 재구성을 했다는 거죠. 이 시대가 허용한 조건 안에서 실험을 해보면서 이 쓰레기들을 토큰을 낭비한 실패작으로 두지 말고 재활용해서 좋은 예술로 만드는 실험을 해볼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포도:
AI 슬롭이 사실 지금 검색을 해봤는데 뭔지를 잘… AI 슬롭의 정의가 뭐지? 저품질 이미지를 AI 슬롭이라고 하는데, 점점 AI 기술이 발전하면 슬롭의 의미도 달라질 거잖아요. 그리고 저품질도 사라지게 될 거고. 그럼 AI 슬롭이 어떤 걸 의미하게 될까?

민정:
저는 중요한 게 의도라고 생각하는데요. AI 이미지를 작품으로 내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있는데, 그 사람이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요. AI로 이미지를 생성한다고 해서 작가가 되는 건 아니라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막 이런 식으로 말을 했던 것 같거든요. 작품이 되려면 결국 이 이미지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그렇다면 AI가 만든 이미지가 결과적으로 내가 구현하고자 했던 의도와 부합하지 않을 때, 그게 슬롭이 되는 게 아닐까? 품질이랑은 관련 없이요.

포도:
의도에 고민이 없을 때?

민정:
의도에 고민이 없거나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닐 때, 내가 그것을 채택하지 않을 때. 근데 말씀 주셨던 대로 그 채택하지 않은 그 더미들을 모아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것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포도:
오, 도예 하다가 생긴 찌꺼기 점토들을 가지고 몸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트라이얼 할 때 생기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버려진 이미지들?

민정:
맞아요. 화질이 떨어지거나 구린 이미지가 아니고. 내가 채택하지 않았던 모든 시도된 이미지들.

포도:
어, 이해가 됐어요. 그게 AI로 만들 수 있는 창의성인 것 같아. AI로 내가 원하는 걸 만들기까지 가는 길이 엄청 험난하잖아요. 그러면 그 과정에서 밟는 수많은 그 단계들이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는 내 의도가 구현되지 않아 버려졌지만, 동시에 두뇌가 있는 카메라… 기술적인 것들의 터치가 들어간 이미지들이 있잖아.

작가가 a를 구현하고 싶은데, a’, a’’ 이런 불완전한 이미지들이 나왔어. 그럼 거기에는 작가의 의도보다는 AI가 임의로 넣은 잉여, 자투리 같은 게 붙어있을 거잖아요. 그래서 작가는 폐기했을 텐데, 의도와 무관하게 덧붙는 잉여나 자투리, 플러스 알파가 AI의 창조성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 AI 슬롭의 정의가 뭔가 저는 좀 확실해진 것 같아서 재미있어요.


유민:
그리고 점점 확실히 AI 슬롭의 의미 자체가 변화될 것 같아.

포도:
맞아. 지금 같은 거는 이제 안 나올 거잖아. 오히려 나중에 이게 추억의 AI로 올라오겠죠. 윌 스미스 스파게티 짤처럼.

유민:
처음엔 진짜 약간 슬롭 그 자체인데 2026년 거는 그냥 진짜 어, 직접 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잖아.

포도:
지금은 기술 초기니까 그 ‘슬롭’이라는 게 ‘저품질’로 정의가 되는데 지금 이제 나중에는 의도가 구현되지 않은 약간의 실패작을.

유민:
영혼이 없는 작품을 말하게 될 수도 있어.


#AI호러 #아날로그호러 #백룸 #이스터에그 #구로사와기요시 #버그 #김성균오류

마도:
근데 진짜 그 요즘 만들어지는 아날로그 호러의 기반들이 지금 딱 말씀하신 그거거든요. 만들려고 의도한 어떤 이미지가 있는데 실패해서 나온 것들이 주요한 모티프가 돼요. 의도가 백 퍼센트 구현되지 않았을 때 나올 법한 이미지, 그런 재질이라고 해야 되나?

옛날에 3D 게임 하면 맵인가? 텍스처, 모델링된 세계의 끝을 보고 싶어서 막 끝까지 가고 그랬잖아요. 게임 튕길 때까지 가거나 폴리곤을 보려고 앵글을 계속 벽에 부딪힌 다음에 돌려서 다리 보고. <백룸>도 그렇게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데로 빠지면 어떻게 될까 해서 나온 아이디어래요.



유민:
마침 ‘99개의 열린 탭’에서 노클립이라는 사이트를 저번 달에 소개했는데, 유명한 게임들의 맵의 내가 갈 수 없었던 곳을 가게 해주는 거예요. 밑으로 막 바닷속으로도 갈 수 있고. 카트라이더도 원래는 길 위로만 갈 수 있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길 밑으로도 갈 수 있어요. 들어갈 수 없었던 동굴 안으로도 갈 수 있고, 이 길 전체를 뚫고 내려가서 위로 올려다 볼 수도 있어요.

마도:
게임 괴담 중에 이런 거 많잖아요. 어느 마을에서 원래 해야 하는 퀘스트가 있는데 거기서 잘못 선택하면 막 이상한 마을로 떨어지는 거죠. 포켓몬스터 보라 시티 막 이런 것처럼.

포도:
그거 진짜 무서워. 스폰지밥 메롱 시티가 딱 그거잖아요. 갑자기 이상한 데 가버리는 거.

마도:
그건 좀 귀여워서 괜찮아 보이지 진짜 무서운 콘셉트잖아요.

포도:
아니요. 그거 안 귀여워. 그거 진짜 무서워.


마도:
제 생각에 AI는 호러 장르를 갱신할 것 같아요. 실제로 나오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들도 이런 그게 많고. 나폴리탄 괴담 이런 것도 ‘이래서 무서운 거야’가 아니고 약간 버그 걸린 것 같은 모먼트를 항상 준단 말이에요.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기요시 프레임의 특징이 뭐냐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게 보이거든요. 예를 들면 <큐어> 첫 장면. 완전 하얀색 창고 같은 데 창문 딱 하나 있고 탁자가 하나 있고 여자 앉아있고 의사가 와요. 의사가 하는 대사가 의학적인 이야기이고, 여자가 상담을 받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미지만 보면 병원 같지도 않거든요. 기요시의 공포가 항상 이래요. 약간 이상한데 계속 그냥 진행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버그 걸린 것 같은 화면이라고 표현해요. 공포는 공포라는 건 무조건 버그 걸린 감각, 이스터에그적 바이브를 세팅해놔야 작동하는 것 같아. 그러고 감독이 뻔뻔하게 우기지 않으면 공포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요시는 약간 공포의 본질을 좀 담는 사람 같은 거죠.



포도:
근데 진짜 들으면서 저도 생각이 난 게 AI가 어쨌든 코드고 기계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실 어떻게 해도 완벽한 극복이라는 거는 환상 같은데. 그러면 AI로 뭔가를 만들었을 때 마스터피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려면 그런 데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겠어요.

버그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했던 게 제가 애기 때 인터넷 하다가 살면서 제일 무서운 경험을 했거든요. 그게 뭐냐면 움짤 같은 거였어. 제가 알고 있는 움짤이었거든요. 뭐 엄청 으스스한 시골집. 나무가 있고. 이거 2초만 더 보잖아요? 귀신이 펑펑펑펑 나오는 거야. (포도의 변: 찾으려고 했으나 못 찾았고 무서운 다른 갑툭튀 짤만 오억 개봐서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걸 제가 알고 있었어요. 근데 어쩌다가 뭘 켰는데 그 귀신 나오기 전 시골집 이미지가 뜬 거예요. 그걸 제가 보자마자 엑스를 광클했거든요. 근데 안 닫히고 그 이미지가 팝업으로 백 개씩 뜨는 거야. 제가 그때 완전 멘붕이 와가지고.


마도:
그건 진짜 불안한 건데.

포도:
귀신은 못 봤거든요? 엑스를 눌러도 안 닫히니까 제가 컴퓨터 전원 빼버려 가지고. 근데 귀신이 나올까 봐 미쳐버리겠는 거야. 팝업이 계속 뜨니까. 알죠?  송강호가 멀리 사라지는 거는 웃기잖아.


근데 이게 너무 무서운 거야. 팝업이 파라라락 뜨는 게. 그냥 평상적인 오류, 아니면 이상한 사이트 들어갔을 때 드는 광고 팝업, 이런 느낌이 아니라. 완전 갑자기 다른 세계로 뚝 떨어지는 느낌.

한 2년 전에 갑자기 챗지피티가 오류를 내면서 한자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게 무섭고 너무 싫은데 한편으로는 숭고함이 있어. 비장미라고 해야 되나? 뭔가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비장미, 라고 포장했지만 정말 무서웠다. 당시의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네컷 만화. 지금 보니 자신의 얼굴을 모에화한 둥식이가 퍽 어이없다.

유민:
맞아, 맞아. 완전 공감하는 게 그 우리가 보는 인터페이스에는 이렇게 흰 바탕에 까만 글씨, 사진 이렇게 깔끔하게 있지만 뒤에서 얘네가 진짜 미친 듯이 데이터를 출력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걸 우리의 가시성에 맞춰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근데 가끔씩 AI가 꼬여나서 그런 속으로 하고 있는 생각들이 드러날 때. 예전에는 무서워 죽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약간 감동?

포도:
응, “이렇게까지 하고 있었구먼.” 아니 김성균 오류 알아요? 그거 진짜 웃긴데.

유민:
진짜 웃긴데.

마치 이 영상을 떠오르게 하는 김성균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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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도는 이날 반복적인 녹취 끊김의 원인을 발견하고 분노했습니다. 모든 실종 재난 경보를 꺼두며 ‘녹취가 끊어질 바에는 재난을 견디겠다’ 선언했죠. 2회차에 등장한 민정은 맛있는 필터 커피를 파는 이웃 가게인 우따필스의 소개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죠. 이 동네의 이웃사촌들은 참으로 따스한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AI+영화 소용돌이 세미나는 계속되었습니다. 우리는 3회차에서 (드디어) ‘배우와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물론 해시태그 블록들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졌다 붙으며 잉여의 의미들을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3회차 대화록이 만들 구조물은 어떤 모습일까요? Coming soon…



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2인조 코믹 팀. 뚱뚱이와 홀쭉이 2인조 코믹 설정의 창시자다.


Tags: 좌담 8호 AI 영화 신포도 유유민 이광호 김민정 편집실


Updated 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