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차지 9호 > 왓츠인마이백 > 
신포도의 향기로운 헬스 가방
👤유유민

일시: 9월 27일 오후 6시 30분
장소: 공간차지

인터뷰어: 유유민
인터뷰이: 신포도 (아시죠? )


주 3회 이상 출석하는 동네 헬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포도. 그의 주변으로 콧속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게 보이는 듯하다. 써놓고 보니 공감각적 심상의 대표 사례로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어지러운 문장이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채널 고정.



❶ 메쉬 가방
❷ 르네휘테르 포티샤 샴푸 (2회분)
❸ 샴푸의 친구, 샴푸 브러쉬
❹ 샤워실 파우치와 샤워 집게핀
❺ 러쉬 로즈 아르간 보디 컨디셔너 통에 넣은 벤튼 트리트먼트
❻ 다이소 안개분사 공병에 넣은 다이소 pdrn 토너
❼ 락커룸 파우치
❽ 공룡 헤어핀과 정수리 볼륨 집게
❾ 팀장님이 준 쿨링 미스트
❿ 아비브 히알루로닉 붐 크림 워터 튜브 
⓫ 사용도가 낮은 크림들
⓬ 사람 되는 틴트
⓭ 매일두유 고단백
⓮ 리우젤 그루밍 토닉
⓯ 커리쉴 실키 오일 세럼
⓰ 도브 바디스크럽 트로피컬 코코넛 앤 라임
⓱ arwe 비터버터 바디로션
⓲ 아비브 팩클렌저
⓳ 시루콧토 페이스 타월

신포도의 헬스 가방 왓츠 인 마이 백, 9월 27일 오후 6시 20분에 공간차지에서 시작합니다.
조사받는 것 같아요.

이 헬스 가방(❶), 언제 어디서 구매하셨죠?
제가 헬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어… 올해 4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7월에 발리 여행을 가야 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살을 좀 빼야겠다 싶어가지고 회원권을 끊었어요. 그때는 이제 회사가 기울기 전이어가지고 복지 포인트 40만 원으로 딱 1년치 긁었는데요. 일단 살면서 헬스장 1년치를 긁는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요.

그거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죠. 그리고 두려웠습니다. 과연 내가? 1년 동안 운동을 다닐 수 있을까?

대부분은 그렇게 헬스장에 기부를 하게 됩니다.
맞아요. 그래서 제가 이 가방을 헬스를 시작하고 나서 거의 2~3주 뒤에 테무에서 구매했던 것 같아요. 내가 운동을 진짜 다니게 될 건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요. 만약 운동 자체를 가지 않는다면 40만 원을 이미 버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가방까지 미리 사버리면 돈을 또 추가로 버리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저렴한 걸 구매했군요.
아니요. 만약을 대비해서 아예 사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놀랍습니다.
그러다 운동을 계속 하다 보니 용품들을 가방에 주렁주렁 넣고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져서요.

그렇죠. 물 뚝뚝 떨어지고.
네. 그래서 테무에서 가장 저렴한, 눈에 처음 띈 목욕 가방을 샀는데요. 우리 헬스장에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저 말고도 한 세 명은 더 있습니다.

배스 스토리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정말 직관적인 이름이죠. 네, 그렇게 구비하게 된 그물망 소재의 가방입니다.

좋네요. 얼마에 구매하셨죠?
뭐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하나씩 꺼내서 소개해 주시죠.
네, 어… 일단, 제가 그동안 샴푸는 그냥 가장 저렴한 쓰레기 샴푸들을 써오곤 했는데요.

안 됩니다. 안 됩니다. 30대에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러다 이 르네휘테르 샴푸(❷)의 샘플을 선물 받아서 써보게 되었는데 머릿결이 말도 안 되게 좋아지는 거예요. 제일 유명한 초록 알갱이 있는, 포티샤 샴푸인데요. 이걸 쓰고 나니까 이제 개미 지옥에 들어가버리게 된 거죠.

그렇죠. 샴푸는 좋은 걸 쓰기 시작하면 다시는 못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 샴푸를 3만 원씩 주고 계속 구매를 하고 있어요. 게다가 집에서 샤워할 때 쓰는 용도로 같은 제품 큰 통이 하나 더 있고요.

제품명이 정확히 뭘까요?
르네 휘테르 포티샤 샴푸앙 포티피앙 레비탈리장뜨. 뭐라는 거야. 정말 불란서는 망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게 정말 좋고요. 그래서 운동을 하고 그래서 얘를 다 쓰면 바로 이어서 쓸 수 있게끔 여분까지 하나 더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 샴푸가 집에 3개 있습니다. 향도 좋아요. 시원한 향이 납니다. 살짝 허브 향인데, 싸구려 허브 향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되지.

한 번 맡아보겠습니다. 음. 레몬 허브 향? 약간 버베나 향?
맞아요. 좀 상큼한 허브 향. 운동을 하면 혈관이 확장되잖아요. 콧구멍 안의 혈관도 확장이 된단 말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이렇게, 앞으로 숙여서 이걸로 샴푸를 하면 코가 알싸하니 시원합니다.

곧 새 걸 뜯으셔야겠네요.
네, 맞아요.

한 번이면 끝나겠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머리를 자른 것도 있습니다. 샴푸를 좀 아껴 보려고요.

그러면 두 번.
맞아요. 두 번 정도 쓸 수 있겠죠.

좋네요. 그럼 여기에 이어서 트리트먼트나 컨디셔너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샴푸의 친구를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샴푸 브러쉬(❸)입니다. 이건 제가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집에 처박혀 있었어요. 누렇게 변색된 거 보이시죠?

전 원래 그런 핑크와 베이지 조합의 제품인 줄 알았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헬스 다니기 전에는 사놓고 전혀 안 썼거든요. 어쨌든 운동하고 나서 얘로 삭 머리를 긁어 주잖아요? 진짜 무릉도원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 샴푸어로 고용을 했고요. 근데 문제가 있는 게 여기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어요. 그래서 머리를 감고 나면 이 안에 거품이 가득 찹니다. 그래서 거품 빼주기 작업을 미친 듯이 해야 합니다. 뭐라 해야 하지, 심폐소생술 하는 사람 마냥. 그러니까 전완근 운동까지 추가로 시켜주는 셈이죠.

제가 알기로 그건 꼭 필요한 구멍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 비싼 아베다 빗 같은 데도 이 빗살이 한두 개씩 빠져 있대요. 그게 불량이 아니라 여기가 이렇게 눌려야 되고 이 뽁뽁, 퐁, 이게 되어야 해서 구멍이 뚫려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말하면서도, 원고를 정리정돈하면서도 나의 어휘력에 통탄했다.

저는 좀 과학자들이 머리를 썼으면 좋겠어요. 다른 방법으로 그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을 텐데 왜 노력을 안 하는지. 하지만 요즘에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어요. 이 구멍에 맞춰서 물을 가득 채운 다음에 살짝 이렇게 세워 놓고 마지막에 이렇게 착, 삭, 이렇게 하면은 조금 더 빠르게 거품을 뺄 수 있습니다.

신포도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다음 제품은요?
네, 그 다음은 파우치입니다. 목욕하러 들어갈 때 같이 들고 들어가는 메쉬 파우치(❹)예요. 물이 잘 빠지도록 메쉬 소재의 파우치를 골랐고요. 이건 집게핀인데요. 일단 지금은 머리를 잘랐지만, 얼마 전까지 머리가 길었을 때는 샴푸를 하고 나서 트리트먼트를 해준 다음에 얘를 탁, 이렇게 옭아매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찰리XCX의 앨범 ‘brat’의 커버가 인쇄된 짝퉁 테무템입니다.

이게 실제로 정식 콜라보 제품으로 출시된 적은 없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별로 알아보고 싶지도 않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얘(❺)는 로즈 아르간 보디 컨디셔너라고 적힌 러쉬 제품 같지만, 냄새를 한 번 맡아보세요. 으음. 절대 러쉬에서 나올 만한 향이 아니죠.

그러네요.
왜냐면 트리트먼트이기 때문입니다. 소분해서 갖고 다니면 너무 좋아요.

트리트먼트라고요? 그런데 왜 이름이 보디 컨디셔너지?
아, 왜냐면 이건 그냥 통일 뿐이니까요.

아, 그럼 이게 다 쓴 로즈 아르간 보디 컨디셔너 통에 넣은 다른 트리트먼트라는 거군요. 그럼 이 트리트먼트는 뭐죠?
제가 발리 여행 갔을 때 산 건데요. 그때 짐을 가볍게 하고 싶어서 샴푸랑 컨디셔너를 그냥 당일에 면세점에서 구매했어요. 벤튼 제품이고요. 글라이신 단백질 딥컨디셔널 헤어팩입니다. 향기롭고요. 잘 쓰고 있는 제품입니다. 그리고 이건(❻) 유유민 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세팅한 겁니다. 다이소 PDRN 스킨토너를 다이소 안개분사 공병에 넣은 거죠.

그건 정말 최고죠.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이걸 얼굴에 다섯 번 뿌립니다. 그래서 머리 말릴 때까지 수분 공급이 충분히 되도록 하는 거죠. 몸을 수건으로 닦는 동안에도 얼굴만은 말라가지 않도록.

건성이세요?
아니요. 전 모르겠어요. 제가 아직도 뭔지. 지성인가? 복합성인가? 모르겠어요. 중성인가?

모르는 게 확실하다.

새로운 파우치가 나왔군요.
네. 대한항공에서 어매니티 넣어준 파우치(❼)인데요. 머리 말리고 나서 실내에서 쓰는 것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여기에는 공룡 핀이 하나 있고요. 또 제가 볼륨에 살고 볼륨에 죽는 여자라서, 정수리 볼륨용 다이소 집게핀(❽)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를 이렇게 탁- 꽂아주고, 여기를 차악- 사악- 슈욱-

죄송한데, 그러한 모션과 제스처로는 어떻게 하신다는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네. 다시 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머리를 말리기 전에, 말린 후에, 아니, 머리를 안 말려요. 요즘에는.

혼란스럽다.

적신 상태로 스타일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집게핀을 정수리 쪽에 꽂고, 뜨거운 바람을 1초 쐬고 빼주고, 1초 쐬고 빼주고를 다섯 번 반복합니다. 그러면 이제 정수리 볼륨이 살아나는 거죠.

아, 드디어 이해가 됐습니다.
근데 잘못 산 것 같아요. 되게 부자연스러운 볼륨이 생기거든요.

새로운 좋은 제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 팀장님이 선물로 주신 커브드의 쿨링 미스트(❾)인데요. 아까 PDRN 토너로 만든 수분 보충 지옥이 사라지기 전에 뿌리는 제품입니다. 정말 시원해서 여름에 너무 잘 썼어요. 뿌리고 나면 얼굴이 김연아 빙상장이 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할 독자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이날 인터뷰 진행 직전에 포도가 악건성 유민을 위한 추석 선물이라며 프리메라의 수딩 젤 크림을 건넸고, 유민은 뛸듯이 기뻐하며 이를 손등에 펴바른 뒤 “마치 김연아의 빙상장 같은 시원함과 매끈함”이라 표현했다. 아마도 향후 6개월 정도는 모든 시원하고 매끈한 것에 대고 ‘김연아의 빙상장’이라 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쿨링 미스트도 한 두 번은 뿌려줍니다. 그럼 지금 누적 일곱 겹이죠.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발라주는 게 아비브 수분크림(❿)인데요. 히알루로닉붐 크림 워터 튜브라고 적혀 있네요. 아비브에서 무슨 뭐, 사장님이 미쳤어요 할인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걸 1+1으로 주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는 집에 두고 하나는 이렇게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촉촉하고 부담이 없는 가벼운 크림이에요. 삭 얹어주고 나면, 아, 좋습니다. 굉장히 촉촉해져요.

좋습니다. 이 샘플들은 뭔가요?
아까 그 트리트먼트 사고 받은 건데요. 벤튼에서 나온 선세럼입니다. 운동 끝나고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발라줍니다. 또 크림이 3개(⓫)나 더 있어요. 이건 에버셀의 선크림 제품이네요. 바디에 사용하고 있고요.

색상 조합이 아주 듣도 보도 못한 모습입니다. 연핑크와 크리스마스 그린이라니.
이게 무슨 러너들이 쓰는 선크림이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것도 선크림인데 이건 안 써요. 에스쁘아에서 뭐 사고 샘플로 받은 워터 스플래쉬 선크림이고요. 촉촉한 제형인 것 같습니다.

왜 안 쓰죠?
요즘 유민에게 선물받은 어스본 파데프리 선크림을 쓰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선크림을 굳이 쓸 일이 잘 없어졌습니다.

유민이 업계 체육대회에 출전해서 1등을 하고 타온 영광의 상품이다.

이건 유민에게 추천받아서 산 맥의 락드키스잉크 립(⓬)입니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아서 모든 것의 베이스로 발라요. 컬러는 몰트 큐리어스. 제 피부톤에 잘 맞아서 잠깐이지만 이걸 바르면 얼굴도 투명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운동 갈 때 눈꼽도 안 떼고 가거든요. 근데 이제 싹 샤워하고 얘 발라주면 인간 됩니다.

마늘과 쑥 같은 틴트다.

이건 아토베리어 크림. 유명한 제품이죠? 그래서 바르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지만 자주는 바르지 않습니다. 근데 도대체 쓰지도 않는 선크림이며 크림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무겁게 왜 이걸 다 들고 다녔지.

제 파우치에서 립이 일곱 개나 나온 것과 같은 이치겠죠. 오늘은 이거, 오늘은 이거, 식으로 계속 넣고 빼지는 않다 보니 누적이 된 거죠.
이상합니다. 미스터리한 일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두유(⓭)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맨날 맨날 먹는 겁니다. 매일두유 플레인 고단백. 이건 정말 밥 대용이 됩니다. 두 개씩 먹으면요. 그리고 저는 두유를 원래 좀 좋아해요. 귀찮거나 빨리 나가야 되거나, 운동할 때나, 얘를 먹어주면 실시간으로 근육이 붙는 게 느껴져요. 그런데 사실 얼마 전에 건강검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단백질 많이 먹으라고. 근데 마시는 단백질 말고 씹는 단백질을 먹으라고. 근데 좀, 씹는 건 귀찮잖아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맨날 먹어. 소고기 닭고기 맛있죠. 근데 맨날 먹기 힘들잖아. 두부, 귀찮잖아. 관리가 힘들잖아요.

두부 관리가 왜 힘들어요? 개봉만 안하면 유통기한 지나도 두 달을 버티는데. 900원에 세일할 때 열 개씩 사 놓으세요.
아. 귀찮은데. 저 이 두유 쿠팡에서 24개들이로 지금까지 5번 시켰습니다. 그럼 제가 지금까지 먹은 두유는 몇 개일까요?

갑자기 수학 퀴즈라니?

60개네요. 아니, 24개라고 했죠. 120개네요.
맞아요. 120개를 처먹었습니다.

이마저 틀렸다. 수치스럽다.

자, 이제 파우치 바깥에 있는 제품들을 소개해 주시죠. 이건 위스키 아닌가요?
맞아요. 운동하기 싫을 때 마시려고 들고 다녀요. 거짓말이고요. 제가 얼마 전에 머리 잘랐잖아요. 헤어샘이 관리할 때 이거 바르라고 하더라고요. 리우젤 그루밍 헤어토닉(⓮)입니다. 남성용이거든요. 되게 물 같은 제형이에요. 바르고 나면 스프레이를 뿌린 것처럼 고정이 되고요. 손이 찐득찐득해져서 꼭 닦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라커룸에서 얘를 바른 다음에, 엉거주춤 샤워실에 손만 다시 집어넣어서 손을 씻습니다. 그렇게 개인 위생을 철저히 챙기게 만들어 주는 헤어토닉이었습니다.

냄새 한 번 맡아보겠습니다. 윽! I Hate it!
맞아요. 냄새는 별로입니다. 남자 스킨 냄새가 나요. 그래서 이걸(⓯) 같이 발라줍니다. 얼마 전에 유민 씨에게도 추천해드렸던 커리쉴 실키 오일 세럼입니다. 이것도 염색했을 때 미용실에서 써보고 너무 좋아서 따라 샀는데요. 사실 향은 복숭아 향? 제 취향은 아니에요. 근데 되게 오일리해서 머릿결이 무척 촉촉하고 건강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어쩐지 요즘 머릿결이 장난이 아니에요. 이 제품도 향 한번 맡아보겠습니다. 윽! 저는 복숭아 향이 싫어요.
안타깝습니다.

저는 향과 제형과 효과 세 가지 모두 맘에 들었던 헤어 제품은 지금까지 하나 뿐이었어요. 포도 씨가 재작년 생일선물로 주셨던 나르카 헤어오일이요. 그렇게 저에게 딱 맞는 것을 써본 적이 없어요.
저도 사실 나중에 써봤는데 그건 제가 원하는 만큼 충분한 영양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존나 리치한 걸 원하거든요.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거는요. 쿠팡 직구로 산 제품인데, 도브 바디 스크럽(⓰)입니다. 제가 코코넛 향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코코넛 향은 싼 걸 사면 되게 느끼해가지고 씻다가 토를 한단 말입니다.

동의합니다. 싼 코코넛 향은 비듬 냄새가 나요.
그리고 묵은 창고 같은 냄새가 나요.

그런데 좋은 코코넛 향은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죠.
맞아요. 도브의 이 바디 스크럽 시리즈가 되게 다양한 향이 출시되어 있잖아요. 직구를 하면 그 배리에이션이 더 넓어지는데요. 이건 코코넛에 라임을 섞어서 느끼함을 싹 잡아준 향입니다. 트로피컬 코코넛 앤 라임 향이라고 하네요. 한 번 맡아보세요. 정말 제가 좋아하는 향이에요. 다 써도 재구매 예정.

킁킁… 흠… 네. 낫 마이 스타일. 우리가 원래 향수 취향은 안 맞잖아요.
그래요. 오케이. 사실 이게 스크럽이라서 일주일에 두세 번 쓰는 걸 권장한다는데 전 그냥 맨날 써요. 향이 너무 좋아서요.

잘했습니다. 언제나 각질이 없겠다. 그쵸.
그럼요. 그리고 이건 바디 로션(⓱)인데요. 아르베(arwe) 비터버터 제품입니다. 이 향은 유민도 좋아할 것 같아.

이건 좋네요. 패키지도 예쁘고요.
가볍고 흠잡을 데도 칭찬할 데도 없는 무난한 제품이지만 향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진짜 많은 제품을 가지고 다니시네요. 하루에 이걸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니요. 하루에 다 쓰는 겁니다. 정말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닙니다. 아까 그 선크림들만 빼고요. 왜냐면 헬스하고 나서 샤워하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거든요.

좋습니다. 이만큼이 라커룸 파우치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라커룸에서 쓰는 것들이었습니다.
맞습니다. 가방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쏙쏙 꺼내서 쓰고 넣습니다.

주로 섹시 나체 상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죠.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엉덩이에도 발라야 하고 하니까요. 아, 이것도 있네요. 이건 아까 말한 아비브 특가 세일에서 구매한 팩 클렌저(⓲)인데요. 사실 제가 한율에서 나온 팩 클렌저를 진짜 좋아하는데, 색이 비슷해서 그건 줄 알고 샀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다 쓰고 나면 다시 바로 한율로 갈아탈 예정입니다.

이것도 매일 쓰시나요?
네. 운동하고 땀 싹 수건으로 닦고 얘를 발라주고 이 닦고.

너무 부지런하다. 사실 네가 매일매일 운동을 다닌다는 것 자체에 어떤 고양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그뿐이 아니네. 제 생각에는 씻고 나서 이 많은 좋아하는 향들과 다양한 제형의 제품들을 리추얼처럼 매일 반복해서 바르는 행위가 굉장히 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 루틴이 정착된 이후에는 진짜 하나라도 빠지면 불안해요. 오늘 운동 갈 때 이 헤어토닉을 안 챙겨갔거든요? 손톱 뜯으면서 집에 가서 바로 발랐습니다.

아쉽게도 제 취향인 향은 그다지 없었지만, 모든 게 당신이 좋아하는 향들의 조합이잖아요. 그럼 이걸 루틴대로 다 발랐을때 그것들이 동시에 주는 어떤 바이브가 있겠어요.
맞아요.

그리고 그것을 다 바른 상태로, 모든 게 섞인 향기가 풍풍 나는 상태로 문밖에 나와 바람을 맞는 기분. 그게 죽여줄 것 같습니다. 머릿결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고요.
맞습니다. 그 바람이 제 몸을 한 번 싹 감고, 이렇게 파고 들어와서 은근하게 이 모든 향을 소용돌이로 만들어가지고 콧속에서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콧속 교향곡이라니, 미쳤네요.
사실 운동하러 가는 거 싫잖아요. 그런 날에는 운동 10분만 하고 씻으러 갑니다.

그것도 운동을 한 거예요.
맞아요. 가는 게 힘든 겁니다. 하지만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씻으면 또 개운하지가 않아요. 어느 정도는 땀을 흘려줘야 돼. 정 귀찮을 때는 스쿼트 한두 세트 하고 천국의 계단 8분 타고 씻습니다.

소개할 아이템이 많이 남지 않았다면 이쯤에서 운동 루틴을 한번 물어보고 싶거든요.
아, 세 가지 정도의 루틴이 있는데요. 요일별로 정해놓은 건 아니고 매일 가서 느낌 보고 아, 오늘은 하체다, 오늘은 상체다, 아니면 뭐 어제 상체를 했으면 오늘은 하체다, 이런 식으로 정합니다.

하체 루틴부터 가보죠.
헬스장으로 들어가서 어떤 사람들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바로 티셔츠랑 반바지를 챙깁니다. 들어가서 라커룸에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맨발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특히 승모근 잘 풀어주고요. 그러고 나서 이제 스쿼트 기계가 있어요. 앉아서 하는 건데 그걸 한 네 세트, 다섯 세트 정도 합니다. 그리고 내전근 오므리는 기구가 있는데요. 그걸 한 47kg 정도로 해줍니다. 예전에는 30kg대밖에 못했는데 많이 늘었죠. 그 옆에는 엉덩이, 힙딥 잡아주는, 벌리는 기구가 있는데요. 아, 이렇게 말하다 보니까 되게 X같네요.

제가 선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잘 써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하체 하는 날에는 코어 운동도 같이 해 줍니다. 로우 어쩌구, 어쨌든 당기는 기구가 있어요. 그걸로 등이랑 배랑 운동해주고요. 그다음에 래퍼들 뮤비 보면서 천국의 계단 레벨 7로 10분 타 줍니다. 그리고 이제 향기들의 교향곡을 작곡하러 샤워실로 들어갑니다.

상체 루틴은요?
상체는 별 거 없어요. 랫풀다운인가, 이렇게 당겨서 등 하는 거요. 그거 한 다음에 풀업 어시스트 써서 좀 해주고, 가슴 미는 거 있잖아요. 뭐라고 하냐. 미는 거, 이렇게 앞으로 미는 거. 미는 거요. 그리고 또 코어 해주고. 코어는 또 똑같이 등이랑 배 당겨 주고요. 그래서 일주일에 운동을 한 세네 번 한다고 치면 그렇게 상체, 하체 하고 비는 날은 스트레칭을 좀 더 오래 해주거나 복근 운동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정확한 기구의 명칭은 모르고 동작 위주로 설명하는게 굉장히 재밌네요.
우하하.

지금 풀기, 당기기, 오므리기, 벌리기, 밀기를 한다고 하셨거든요.
아니, 애초에 기구 이름 그렇게 지어야 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제가 운동에 대해 잘 몰라서 정말 들은 대로 정리할 테니 기대하세요.
아, 너무 기대돼.

어떤 정정도 없을 예정이니까요.
좋아요.

그러면 모르는 놈들은 흥미롭고 아는 놈들은 얘 뭐 하는 놈이지 생각할 수도 있겠죠.
아는 사람들은 더 좋아할 거예요. 아, 이거 그거 말하는 거구나? 하면서.

그럼 이 아티클에만 댓글란을 만들까요. 운동 관련해서 지적질하고 싶은 언더아머 패밀리 있으면 여기에 남기라고.
가능한가요? 꼭 해주세요.

가능하지 않았다. 정말로 이의를 신청하고 싶은 언더아머 패밀리들은 공간차지 인스타그램 DM으로 귓말 주기 바란다.



좋습니다. 이제 마지막 물건인가요?
네. 시루콧토의 페이셜 타월(⓳)입니다. 굉장히 부드러운, 얼굴을 닦는 용도의 세안 타월인데 사실 이걸로 얼굴은 닦지 않습니다. 접히는 부분이라든지 연약한 피부 쪽을 닦아줍니다. 헬스장 수건은 너무 까슬까슬하고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깨끗하단 느낌이 들지 않아서요.

그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나요?
맞아요. 근데 좀 비싸서요. 집에 가져가서 이걸로 온갖 곳을 청소하고 버리기도 해요. 꿀팁인데, 이거 물때 청소할 때 최고입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오늘 갖고 오지는 못했지만 평소에는 킨(keen)에서 나온 스니커즈를 들고 다니면서 운동할 때 신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제 헬스 가방 소개가 끝이 났습니다.

사실 이번 가방은 지금까지 인터뷰한 가방들과 다르게 용도가 분명한 가방이라서, 갖고 다닌지 제일 오래된 걸 물어보거나 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강도를 만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강도가 뭘 어쩌겠습니까?
그렇지만 강도를 만난다면 저는 이걸 주겠습니다.

포도는 다 써서 공병이나 다름없는 샴푸 튜브를 내보였다.

2회분 남은 이 샴푸를 주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사이에 한 번 씻고 1회분 남은 걸 주겠습니다.

정말 못됐군요.
나쁜 강도를 만났을 때는 이 헤어토닉 빼고 다 주겠습니다. 이게 없으면 외모정병이 너무 심하게 와서요. 머리가 너무 볼품없어지기 때문에.

다른 질문도 약간만 상황을 바꿔 보죠. 당신은 헬스장 어딘가 기억나지 않는 곳에 이 가방을 놓고 가버렸습니다. 헬스장 트레이너들이나 관장이 이 가방을 열어보고 어떤 회원의 가방이라고 상상할까요?
아, 근데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저에게 나는 향기의 조합이 있고요.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서너 명으로 특정되기 때문에. 게다가 그중에서 라커를 구독하지 않고 3만원이 아까워서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니는 사람은 저뿐이거든요. 그들도 아마 생각하겠죠. 저 새끼는 여기 씻으러 오나?

음. 알겠습니다. 씻으러 오는 사람, 그리고 사실은 누군지도 특정 가능할 것이다.
맞습니다. 저번에 보니까 트레이너 분들이 이미 제가 하는 운동 루틴도 다 파악하고 계시더라고요.

마지막 무인도 질문도 변주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무인도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48시간동안 음향기기가 고장난 헬스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중간중간 밥먹고 물먹고 10분씩 쉬는 걸 제외하면 계속 운동만 해야 합니다.
저 피지컬 아시아 나가나요?

이 때 들을 단 한 곡의 노래를 골라주세요.
48시간 반복 재생? 와, 개빡세네요.

참고로 당신이 고른 노래를 함께 갇힌 모두가 같이 들어야 합니다.
아, 재밌어지는데요. 지금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는 게 좋겠죠?

지금이라 함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러니까 현재, 이런 일이 곧 벌어진다는 거죠.

그러면 이렇게 하죠. 오늘 저랑 헤어지고 나서 당신은 운동을 한 판 더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갇혀버렸어요.
아, 그래요?

월간차지 9호 마감은 저 혼자 하게 생겼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제 실수입니다.
저는 비프리의 ‘Get It’으로 하겠습니다.



왜죠?
일단 이걸 48시간동안 듣는다? 뭔가를 얻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왜냐면 제목이 겟잇이니까요.

아, 어떤 리추얼한 측면에서 말이군요.
그쵸. 의미적인 측면에서. 한 번 들어볼까요?

좋습니다.
정말 신납니다. 운동의 템포와 딱 맞죠. 그리고 가사가 굉장히 ‘헬스장’스러워요. “신기하게 나는 살이 잘 안 찌네. 왜냐하면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지 아침에.”

방금 랩하신 부분 추출해서 올려도 될까요?
아, 좋아요. 지린다. 아니, 한 번 더 제대로 해 볼까요?

그러시죠. 둘중에 더 감이 살아 있는 걸로 선택하겠습니다.
“근데 신기하게 나는 살이 잘 안 찌네. 왜냐하면 나는 부… 부지런히 움직이지…” 아, 안 되네요.

앞의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최고였습니다.

안타깝게도 후반부 녹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분은 포도의 랩 한 소절을 들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반응이 좋다면 포도가 향기 교향곡 연주나 ‘Get It’의 풀버전을 녹음해 올려줄 지도 모르는 일이니, 부디 여기저기에 소문내 주시기를 바란다. 음~ 상쾌해.


Tags: 유유민 9호 왓츠인마이백 신포도


Updated 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