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차지 5호 > 교환일기 > 
인스타그램을 변기에 넣고서 내려 #2
👤유유민

그래. 짐 캐리나 자비에 돌란과 말 섞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어쩌면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플랫폼 없이는 대화하지 못했을 사람들과 소통할 장을 열어젖힌 것일지 모르지. 나는 때때로 트위터가 한국에 수입되었던 초기, 별세계의 셀럽들과 지구촌 이웃이라는 말이 실제로 기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굴 수 있었던 시절을, 박중훈이 블랙베리를 쓰고, 노회찬, 김주하, 박용만, 김진표가 서로에게 멘션을 날리던 기묘한 시절을 생각해. 무대장치를 스스로 철거하고 기꺼이 객석을 차지하고, 틀림없이 해방감을 맛보는 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유명 인사들을 기억해. 그래 맞아. 그들이 무대에서 내려온 이유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던 거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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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용도로만 사용하는 건데… 너무 많아져서 그런가, 소통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그 시절에 소통이 가능했던 건, 돌란이나 짐 캐리가 전 세계에서 받는 메시지가 몇백 개에 그치던 과도기였기 때문이었을까? 생각해 봐. 그로부터 약 17년이 지난 지금은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에게 한국인들이 보내는 DM만도 10만 개는 되겠지. 그리고 그 중 9.8만 개는 아마도 외마디 “빅나티를 변기에 넣고서 내려”일 것 아니야. 여기에서 우리는 또 몇 가지를 알 수 있는데,

1. 사람들이 9만 8천이라는 멀쩡한 숫자 읽기 방법을 무시하고 9.8만 같은 소릴 한다.
2. 사실상 현재의 인스타그램 DM 대부분은 장난 전화와 비슷하다.
   a. 유의미한 0.2만 개의 대화를 위해 9.8만 개의 장난 전화를 받을 수는 없다.
   b. 그들은 9.8만 개의 장난 전화 알림 탓에 핸드폰이 과열된다고 메타 본사에 징징댔을 것이다.
   c. 민원을 접수한 메타는 2-a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d. 메타는 DM을 ‘일반’과 ‘요청’으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트위터가 호황이던 그 시절, 2010년대조차 도래하지 않았던 때, 플랫폼이라는 것은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었지. 이를테면 낯선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트위터와 미투데이, 소소한 일상 사진 공유를 위해서는 인스타그램, 재미있고 짧은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바인(Vine), 긴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이글루스, 스낵 콘텐츠를 읽기 위해서는 피키캐스트, 친구들과의 긴밀한 연락을 위해서는 페이스북 담벼락,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이러브스쿨, 그리고 또, 마이스페이스, 싸이월드, 텀블러, 세이클럽이 있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인스타그램에서 하기로 전 세계인이 합의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 그러다 보니 뭔가 망가졌어.

가끔 친애하는 감독님의 부탁으로 신인 배우 분들이나 배우 지망생 분들에게 어떤… 뭐랄까, 피디 입장에서의 조언? 같은 것을 하는 자리가 마련될 때가 있는데, 내가 정말 고역스러워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보통 이런 것을 말하곤 해.

‘제작사에 돌릴 배우 프로필에 이런 이런 사진을 넣어보세요’, ‘출연작을 기재할 때 감독 이름을 꼭 쓰세요’, ‘배역 명 대신 배역을 설명하는 말을 쓰세요’, 뭐 이런 어느 정도 조언다운 조언을 하기도 하는 반면, 가끔은 헛소리를 찍찍하지. 나도 모르게. 나도 꽤 긴장되고, 허튼소리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머리에 힘을 주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서 되려 엄청나게 허튼소리를 하게 된단 말이야. 이를테면 인스타그램 피드를 ‘느좋으로’ 가꾸어라… 인스타그램 피드를 당신의 ‘느낌’과 ‘취향’과 ‘분위기’로 채워서 당신이라는 인간의 영업용 무드보드로 구축하라… 이딴 말을 해버린단 말이야… 그보다도 더 쓰레기 같은 조언을 했던 적이 있는데, “프로필 여러 장을 스테플러로 찍을 때 젤리나 사탕 같은 간식을 동봉해도 되냐”는 질문에 대고, “그것을 떼기 위해서라도 한번 보게 되긴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했던 것이지. 앞에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사족을 내뱉어버린 것이 너무나 후회되어서, 이딴 말은 절대 신경 쓰지도 말라고 읍소하기도 하고, 그다음에 방문했던 신인 배우 분들에게 “제가 그런 머저리 같은 소릴 했는데, 정말 후회합니다, 절대로 사탕을 동봉하지 마십시오”, 라고 간곡히 부탁해야만 했지.

아니 내가 왜 그런, 피드를 꾸미라는 말 같은 것을 했을까? 그 뒤의 사탕 어쩌고는 그냥 기침처럼 나온 팔푼이 같은 말실수일 뿐이고, 피드 이야기는 진짜 내 나름대로 고심해서 조언한 것이었거든… 실제로 나는 홍보 창구가 많지 않고 소속사가 없는 신인 배우들이 눈에 띌 방법 중의 하나가 그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아…

생각해 봐. 또 결혼식 문화에 관해 얘기해 보자면, 요즘은 ‘아이폰 스냅을 잘 찍는 감도 좋은 웨딩플래너’가 각광받고 있거든. 그래서 모든 웨딩플래너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무드보드로 만들어 놓았다고. 신부들이, 카페나 블로그에서, “웨딩플래너의 피드를 보면서 취향 비슷한 사람을 찾아라” 같은 것을 지침처럼 공유한다고.

아니 왜 인스타그램이 룩북이, 무드보드가, 매대가, 쇼윈도가 되어야 하며, 왜 바인을, 페이스북을, 트위터를, 블로그를, 유튜브를, 틱톡을 대체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인스타그램이 만들어 놓은 납작하고 뻔한 세상에 대해서 나는 언제나 불평불만 하고 싶었어.

그것은 이제 단지 사진첩이 아니고 포트폴리오, 명함, 카카오톡, 블로그, 웨딩 박람회, 복덕방, 팬카페, 고객센터, 동창회, 고객센터, 서점, 큐레이터, 메뉴판, 부고장, 청첩장, 플리마켓, 뉴스레터, 정신병 유발 장치 등등의 역할을 죄다 떠안았잖아. 더욱 더 큰 문제는 그중에서 딱 하나의 태도만을 골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인데, 친구들 보라고 바보 같은 사진들을 올리면 그걸 업계 사람들이 읽고, 업계 사람들 보라고 젠체하면서 올린 피드는 내 친구가 보고 닭살 돋는다며 흐느적거리고, 아주 난리도 아니란 말이야. 게다가 끔찍한 데이터 수집의 시대가 열리고 알고리즘이라는 비밀스러운 블랙요원들이 활개를 치더니, ‘돋보기 탭’이라는 희대의 끔찍한 탭이 발명되고 ‘인스타 스토리’라는, 처음에는 “이걸 누가 써” 싶었던 기능이 나타나면서, 정방형이 아닌 가로형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이윽고 동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게시물 하나에 스무 장의 사진을 겹쳐 놓을 수 있게 되면서… 그 와중에 바인, 이글루스, 티스토리, 싸이월드가 망해버리면서 모든 게 이상해져 버렸다고!

이제 인스타그램에서 이루어지는 친교라는 것은, 그 무수한 TMI들을 ‘비행기’를 눌러서 친우에게 전송하는 것뿐이라고… 그렇다면 이제 인스타그램은 카카오톡조차 대체하는 것이잖아. (그 와중에 카카오톡은 왜 인스타그램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 아 머리 아파….)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친밀한 버튼이 댓글도, 하트도 아니고 종이비행기라는 점도 정말 이상하지. 우리는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는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상한 알고리즘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고, 대답 안 하고, 또 날리고, 대답 안 하기를 반복하고 있잖아. 너랑 내가 최근 일주일간 서로에게 날린 릴스만 해도 50개가 넘잖아.

2013년에 내가 처음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아직도 피처폰을 쓰는 선배를 모두가 민폐라고 욕했어. 2016년에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사람을 모두가 별종이라고 욕했지.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을까? 몰라,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고 있나? 하지만 꼭 인스타그램이 아니어도 뭐든 그런 건 자꾸만 생겨나고 있는걸…

그 많던 박중훈은 누가 다 먹었을까…

Tags: 유유민 5호 교환일기 탈플랫폼


Updated 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