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차지 3호 > 끝말잇기 > 
원숭이: 마운팅, 탈출, 공격
👤신포도

[2026. 03. 25.]
이치카와 동물원의 아기 원숭이 펀치. 그는 어미로부터 버림받은 후 이케아의 원숭이 인형—정확히 말하자면 오랑우탄 인형–을 어미로 생각하며 끌고 다닌다.
       
뒤뚱거리면서 어미 격 되는 인형을 카리스마 있게 끌고 다니는 아기 원숭이. 원숭이 커뮤니티에 적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실수한 펀치는 어른 원숭이에게 따끔한 교육을 받는다. 어른 원숭이의 완력에 제압당한 펀치는 쪼르르 떡진 이케아 인형에게 달려간다.

"엄마... 엄마... 사회는 왜 이리도 냉혹해요?"

융엘스코그에게 달려간 펀치. 응애…

뒤뚱거리는 펀치의 뒷모습... 아직 영글지 않은 아기 원숭이의 엉덩이... 한결같이 기묘한 미소, 흐늘거리는 솜덩이로 펀치를 안아주는 융엘스코그(DJUNGELSKOG)①....

아기 원숭이 펀치의 영상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나는 아주 깊은 곳에서 끓는 눈물을 참아야 했다. 참는 와중에도 느껴졌다. 그래, 이 눈물은 아주 무겁고 굵고 짭짤한 눈물이겠구나. 펀치가 자아내는 고농축의 눈물은 <7번방의 선물>이나 <하모니>, <워낭소리>의 감동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인간이 정교하게 조작해 둔 ‘필살 눈물 서사’를 가뿐히 이길 정도의 감동 이미지. 나는 완전히 펀치에게 함락당하고야 만 것이다.

특히, 어른 원숭이에게 따끔한 사회 교육을 받는 펀치를 볼 때는, ‘이게 AI로 만든 가짜 감동 영상이 아니라는 것’이 충격적일 정도였다. 이 정도의 진국 감동 서사가 조작된 게 아니라니.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무의미한 걱정까지 가닿았다는 의미다.

펀치를 감동스럽게 만드는 요소들 각각은 아주 정교하게 재단되어 있다. 그 배치는 또 어떠한가! 블록 하나하나가 끼워 맞춰진 모양새가 완전하고 조화로워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만두 빚기 장인이 눈을 감고도 모든 반죽을 정확히 16그램으로 나누는 과정을 보는 느낌이랄까.

다른 원숭이들보다 털이 조금 더 까만 비주류 원숭이.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거칠고 두려운 세상으로 나선다. 조그마한 아이는 성장통을 겪는다. 그는 아직 외톨이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언제나 푸근한 미소를 짓는 오랑우탄 인형이 존재하지.

무엇보다, 펀치는 아기 원숭이다. 아기 원숭이를 어른 원숭이와 구별 짓는 가장 가시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덜 영근 엉덩이도, 몸집의 크기도 아닌... '짧은 중안부'다. 펀치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그 귀여움을 은은히 빛내주는 융엘스코그의 꾸준한 인기까지. 누가 그 아기 원숭이를 싫어할 수 있겠는가!

펀치를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귀여운 것들이 고통받는 것 같았다. 내 안에서 샘솟는 불쾌할 정도로 강렬한 모성애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마주한 불편한 진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펀치가 자신의 명예 어머니인 융엘스코그에게 '마운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애써 못 본 체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물의 마운팅. 그 자연스러운 행위가 불편해진 것은 이미 사람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감동 서사에 기인했으므로. ‘아냐… 펀치… 우리 펀치는 저 인형을 엄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화장실로 달려간다).

사람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테다. “아유…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더니, 벌써 펀치가 그렇게 컸어 ^^ ?” 하며 너스레를 떠는 사람. 나의 펀치가 그럴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 그래봤자 동물은 동물이라며 승리의 냉소를 지어 보일 사람까지.

펀치는 무슨 생각일까? 아니, 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게 있다. 과연 융엘스코그가 펀치에게 그토록 사랑스러운 존재였을까? 그 봉제인형이 펀치에게 부모의 대체물, 성장의 동반자, 외로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유일한 친구였을 거라고? 그렇게까지 무겁고 옹골찬 서사를 짧은 중안부의 아기 원숭이에게 부여한다고? 그거야말로 원숭 학대가 아닌가?

사실 펀치 이전에도 감동적이고 불쌍하고, 중안부가 짧아 사랑받은 아기 원숭이들은 많았다. 2012년 태어난 원숭이 다윈(a.k.a. 이케아 원숭이)②도 그중 하나다. 다윈은 양털 코트와 기저귀를 착용한 마카크 원숭이로, 토론토 이케아의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가구 매장 주차장 구석에서 발견된 원숭이는 단숨에 국제적 이목을 끌었다.

따듯해 보이는 코트를 입은 다윈. 응애…

사실 다윈은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 변호사가 소유한 애완 원숭이였다고 한다. 토론토시에서는 개인이 마카크 원숭이를 키우는 걸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결국 다윈의 전 주인은 240캐나다달러(한화 약 26만 원)의 벌금을 냈다. 당연히 다윈은 토론토 북쪽에 있는 스토리팜 생추어리로 보내진다. 다윈은 펀치와 비슷하게도, 보호소에 도착했을 때 꽤나 사회성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다른 마카크 원숭이들과 친해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원숭이 ‘막시무스’와 절친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생추어리에 보내지기 전, 다윈은 전 주인의 유튜브에 활발히 출연했다. 동물들에게 투영되는 인간 중심적 시각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사실 다윈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인/부모의 이득을 위해 아동 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다.

불합리한 노동을 참을 수 없었던 다윈은 주인이 입힌 코트와 기저귀를 그대로 입은 채 탈출한다. (원숭이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 코트와 기저귀는 맨몸보다 훨씬 더 치욕적인 행색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케아 원숭이 다윈은 단순히 ‘귀여운 아기 원숭이’를 넘어서 사실상 아동 노동 착취에서 탈출한 용기 있는 운동가가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덜 거룩한 <혹성탈출> 같기도. 사실 <혹성탈출>만큼 인간적인 서사는 또 없으니 말이다.

세상에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사연을 가진 원숭이도 있다. 인도 슈와르 지역에 살던 전과자 원숭이 라무다. 라무는 종교적 화합을 해쳤다는 죄목으로 무려 유치장에 5년 동안 갇혀 있었다.③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전말은 이러하다. 라무는 3살 때 자간나트 마을에서 여러 아이들을 공격하고 물어뜯었다. 동물이라면 으레 하는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라무를 보살피던 가족은 무슬림이었고, 라무가 공격한 아이들은 힌두교 신자였다는 점이다.

원숭이의 야생 본능이 종교 갈등으로 점화됐다. 지역 경찰은 라무를 체포하기로 결정한다. 첫 번째 체포 이후 풀려난 라무는 다시 아이들을 물어뜯었다. (아니, 아이들이 뭘 했길래?) 경찰은 라무를 두 번째로 체포한다. 이번에 출소시켰다가 또 어떤 아이가 물어뜯길지 모른다. 두려워진 경찰은 결국… 라무를 영구 감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라무도 법의 보호를 받는다. 인도의 야생동물 규정에 따르자면, 멸종위기 2급의 붉은털원숭이인 라무를 우리에 가둘 수는 없었다. 활동가들의 압력이 거세지자 경찰은 라무를 풀어주고 야생동물 관리 당국에 인계했다. 그렇게 라무는 다시 자유(?) 원숭이가 됐다.

마운팅, 탈출, 공격.

동물로서의 인간 역시 수시로 반복하는, 그 무엇보다 동물적인 행위들.

그 행위들이 대문을 넘고, 구경꾼을 얻고, 공론장에 던져지는 순간 불협화음들이 발생한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공론장에 등장한 원숭이들은 잉여물을 들고 온다. 서사, 은둔, 논란, 시위, 억압, 겨우 되찾은 자유 같은 세상사의 구성 원리들을 은근슬쩍 내민다.

이 잉여물들을 무작정 인간 중심적 시각의 부산물이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이케아 주차장을 돌아다니거나, 융엘스코그 인형을 끌고 다니거나, 경찰관들과 5년간 함께해야 했던 세 마리의 원숭이들이 고통받았을 것이라는 억측 역시 인간의 특권이니까. 사실 펀치, 다윈, 라무 모두 아무 생각 없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즉 아주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말해보자면. 원숭이들이 굳이 만든 불협화음 덕분에 우리는 아주 익숙한 단어의 조합을 조금 비뚤게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중안부 짧은 원숭이들을 인간의 이름으로 멋대로 해석하고 속박하는 주제에, 그 부산물을 귀엽다/슬프다 정도의 감정 발산으로만 소비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세상을 함께 사는 원숭이들 덕분에 반려의 조건, 동물을 보호하는 법 조항들, 가족과 보호, 종교 갈등같이 케케묵은 개념들을 아주 잠시라도 낯선 눈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해석하는 건… 음, 역시 지나친 낙관이고, 시건방이려나?

① 이케아의 오랑우탄 봉제인형 제품명
② 이케아와 (사회성 떨어지는) 원숭이들의 질긴 인연. 참으로 미스터리하다.
③ 얼마 전 천안에서 어머니를 살해하려 시도한 20대가 존속살해미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Tags: 신포도 3호 끝말잇기 동물친구들


Updated 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