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차지 8호 > 스테이플스 > 이달의 컴필레이션
알고리즘 이전의 음악
👤월간차지 편집부

 유민’s Pick!

Track 01. Azymuth - Fly Over The Horizon (Voo Sobre O Horizonte)


♣ 현재 소속: 유민의 Spotify “사장님 이 노래 뭐예요” 플레이리스트
편집부의 애착 카페 세 곳 중 하나인 ‘언더독커피’는 정말이지 기깔나는 선곡으로 이름나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 그날도 필경 아이스 라떼 한 잔씩을 시켜두고 몇 시간 동안 헛소리를 했을 텐데, 이 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제히 샤잠을 실행했습니다. 이 날 우리가 언더독에서 들은 아지무스의 곡은 세 개입니다. 사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샤잠을 켜게 한 곡이 정말로 이 곡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요? 어쨌든 우리는 이날 샤잠한 세 곡을 모조리 공간차지 플레이리스트에 집어넣었고, 세 달이 넘도록 즐겨들은 끝에 8월 25일 밤 서교동에서 아지무스의 내한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과 나흘 전이네요. 춤추고 박수치고 허밍하다 보니 넘치게 행복했답니다. 저희의 전후좌우에 계시던 분들 모두 좋은 향기가 났고요. 게다가 저와 포도가 서 있었던 스탠딩 좌측 행렬이 가장 기깔나게 공연을 즐겼습니다. 그 자긍심으로 향후 두 달 정도를 살 수 있겠습니다. 중앙일보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브라질 최고의 재즈 펑크 밴드 아지무스여 영원하라.

Track 02. 휘성 - Intro


♣ 현재 소속: 유민의 마음 속 깊은 곳
유민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을 겁니다. 급우였던 A양이 교탁 뒤에 놓인 어학용 카세트테이프에 뭔가를 집어넣고는 재생했습니다. 그러자 굉장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휘성 2집의 인트로였죠. 제가 열두살이었던 시절, 은혜 언니로부터 흑인음악의 세례를 받았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후 흑인음악에 심취해 있던 저는 남한에도 이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곧,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나랏말쌈으로 블랙 소울 뮤직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으니까요. 저는 휘성을 정말 죽도록 좋아했어요. 이후 십 년 이상을요. 소위 말해 ‘오프’를 뛰거나 공연을 자주 갈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휘성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히든싱어’ 휘성편의 우승자인 김진호 씨와 겨뤄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이요. 그 사람의 목소리뿐 아니라 예민한 기질이나 이상할 정도로 드러나는 열등감, 그것을 동력으로 부단히 자신을 개선시켜 나가는 악바리같은 모습, 때때로 랩을 하거나 춤을 추는 것, 팬들이 아니면 아무도 몰랐을 그의 조근조근한 말씨나 잔잔바리 농담 같은 것들, 스킷, 애드리브, 모든 것이… 맞아요. 작년 3월에 제가 10대였다면 저는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몇 달이고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다음 날에도 출근을 해야만 했지요. 삶은 너무나 힘들고 슬퍼.

Track 03. Gretchen Lieberum - Heaven


♣ 현재 소속: 유민의 CD 진열장
스물 초반의 저는 한 달에 두 개의 앨범을 사모으곤 했습니다. 이 곡은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커버만을 보고 무작정 고른’ 그레첸 리버룸의 앨범 ‘When This Kiss is Over It Will Start Again’에 수록되어 있던 것이에요. 듣고 계신가요? 참으로 좋지 않으세요.

Track 04. 다이나믹 듀오 - 동전한닢 Remix (Sean2slow, Bizzy, Leo Kekoa, Ignito, Double K, Bizniz, Koonta, Paloalto, Deepflow, MC Meta, 개코, MYK, Verbal Jint, 각나그네, Dok2, The Quiett, Addsp2ch, TopBob, 넋업샨, Simon Dominic, E SENS, 나찰, 화나, Kebee, YANKIE, P-TYPE, Joe Brown, 미쓰라, 최자, 타블로, MAN1AC)


♣ 현재 소속: 유민의 노래방 길티 플레져
이번에는 이 곡을 발견한 경위보다 이 곡이 엄청나게 많은 다른 곡들을 발견하게 했다는 사실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 없던 시대에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에 나타난 낯선 피쳐링진들이나 이런 ‘무지막지한 단체곡’들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샛길을 찾아나설 수 있게 해주는 아주 훌륭한 종합선물세트였는데요. 단체곡들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가마할아범처럼 가느다랗고 많은 팔들이 뻗어나와 있었습니다. 노래를 듣다가 맘에 드는 팔을 붙잡고 지상에서 발을 떼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주곤 했던 것이죠. 이 곡을 타고 무수히 많은 이들의 앨범을 듣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힙합이 래퍼 자신의 증명 수단이 아닌 세상에 증명할 유일한 목적이었던 때가 그립습니다. 예, 저는 힙합 꼰대입니다. 얼마 전에 노래방에서 포도에게 “올드 힙합의 리스펙 정신을 보여주겠다”며 피타입의 ‘돈키호테’를 선곡해 열창하던 와중 촉촉하게 눈물이 맺혔답니다. 쇼미더머니 너네 몇 살인데. 니네가 뭔데 피타입을 조롱해.

다채로운 음악의 세상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가마할아범


Track 05. Richard Bona - Bonatology


♣ 현재 소속: 유민의 CD 진열장
오래전 <월간 PAPER>의 애독자들이 모여드는 ‘페이퍼다닷컴’이라는 웹사이트가 있었어요. 십 년 전쯤까지는 접속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그곳은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면 그만인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유저는 가끔씩 나타나 ‘여러 곡’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연재하곤 했는데요. 정말로 그저 음악 여러 곡을 대중없이 소개해 주고는 또 휘리릭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는 매일같이 ‘여러 곡’의 새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열심히 다운받아 mp3 플레이어에 집어넣고 또 다음 글이 올라올 때까지 그것을 꼭꼭 씹어 듣곤 했지요. 이 분에게 얻은 것이 너무나 많은데 다시 뵐 수 없어 서운하네요. 뭐랄까, 저에게는 음악계의 sazizuldan 같은 분이었답니다. (sazizuldan이 누구냐고요? 아휴… 너무 길어서 설명은 다음에…)


포도’s Pick!

Track 06. Shudder To Think - Hot One


♣ 현재 소속: 벽돌이 된 과거의 포도 휴대폰 속
데이비드 보위에 미쳐있던 고등학생 시절, 제 최애 영화는 누가 뭐래도 <벨벳 골드마인>이었습니다. 사실 실제 데이비드 보위가 배우로 출연한 영화들보다 <벨벳 골드마인>을 더 좋아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보위를 한껏 낭만화한 그 영화가 얼마나 큰 고양감을 주었는지 몰라요. 워싱턴 D.C.에서 결성된 미국의 록 밴드 셔더 투 띵크의 다른 노래를 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는 ‘Hot One’이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했어요. <벨벳 골드마인>에 미쳐있던 시절,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이 노래를 찾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외설적인 팝업 광고가 가득한 유튜브 음원 추출 사이트에 들어가 음악을 다운로드받고, 벽돌이 된 휴대폰에 힘겹게 옮겼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를 트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가본 적 없는 <벨벳 골드마인> 상영관이 뚝딱 지어졌습니다. 이런 음악만이 가진 가성비를 누가 뛰어넘을 수 있겠습니까?

Track 07. Tim Curry(Dr. Frank-N-Furter) - Sweet Transvestite


♣ 현재 소속: 언제, 어디서나
고등학생 시절, 루이스 자네티의 벽돌 책 『영화의 이해』에서 처음 본 <록키호러픽쳐쇼> 스틸컷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컬트 영화? 저는 그런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소수의 열광적인 팬이 존재하는 영화라고? 저는 그런 개념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록키호러픽쳐쇼>도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가 세상에 있다고? 그러니까 제게 <록키호러픽쳐쇼>는 미지와의 조우이자 빨간 약 같은 영화였습니다. 가죽 팬티를 입고 나오는 양성의 외계인, 금발의 인조인간, 타락해 가는 수전 서랜든과 안경잽이 남편, 타임워프라는 노래에 맞춰 주인공들이 추는 꼭지점 댄스 같은 율동들… 세상에 이런 것이 존재하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단발성의 충격으로만 남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영화를 돌려보았습니다. 싱어롱 상영관에 가거나 뮤지컬을 보러 가지는 않았지만요, 팀 커리 목소리를 참 좋아했거든요. 섹시하잖아요.

Track 08. 서인영 - 신데렐라


♣ 현재 소속: 거미줄 쳐진 포도의 미니홈피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요? 어디선가 받은 컬쳐랜드 문화상품권을 긁어 싸이월드에 도토리라는 걸 충전해 보았습니다.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망할 도토리는 몇 알 없더군요. 저는 미니미를 꾸밀 아이템과 미니홈피 껍데기, 미니미가 사는 방(이걸 뭐라고 했죠?)의 벽지와 가구를 아주 고심해 골랐죠. 그런 제가 대표 BGM으로 뭘 구매했는지 아십니까? 프리스타일의 ‘Y’나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 같은 멋드러진 힙합곡이 아니었습니다. 열두 살의 신포도는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택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뭔 생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좋아했던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두 번만 들어도 노이로제가 올 만큼 중독적인 노래라서, 미니홈피 주인이었던 저도 음소거를 해뒀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제 투데이가 5 이상으로 넘어간 적이 없었던 걸까요?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Track 09. Sly & The Family Stone - Que Sera, Sera


♣ 현재 소속: 포도의 가방 속
동대구역사 안에 있는 알라딘 중고 서점이 전국 알라딘 중고 서점 중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 서점에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죠. 『차폰 잔폰 짬뽕』이라는 책과 『모던 씨크 명랑』이라는 책이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이 왜인지 웃기다고 생각했고요. 『비트 주세요!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이라는 책의 존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대중의 인식 속에 남은 자는 오직 한 명, 양홍원 뿐이었습니다.) 수상한 중학생이 좋아할 만한 『외계인 인터뷰』라는 수상한 책도 발견했습니다. 저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 『스트레인지 데이즈』를 구매했습니다. 목차는 소설 속 주인공인 소라마치 고조가 남겨둔 음악 테이프 속 올드록 제목과 가수들을 따왔습니다. 제목은 도어스의 ‘스트레인지 데이즈’를 빌려 왔고요. 그런데 개중 월간차지의 정신 왓윌비윌비(What Will Be Will Be)를 가리키는 제목의 노래가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 제가 가장 자주 듣는 앨범입니다. 버릴 곡 하나 없는 명반이지만, 케 세라 세라가 가장 좋습니다.

Track 10. Jeff Parker and The New Breed (feat. Ruby Parker) - Soul Love


♣ 현재 소속: 공간차지 북카트 위
넓고 쾌적한 곳으로 이전하기 이전, 김밥레코즈는 굴방처럼 좁고 어두웠습니다. 모르는 이들과 엉덩이를 마주대는 감각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의 굴방에 기어들어가 도둑질을 하는 듯한 감각을 즐겼죠. 김밥레코즈에서 엉덩이를 부벼대던 어느 날, 데이비드 보위의 모습이 펜선으로 그려진 두꺼운 LP 앨범을 발견합니다. BBE Music이 데이비드 보위를 기리는 의미로 희귀곡과 명곡들을 편곡한 커버곡이 수록된 앨범이었습니다. 형광 초록색의 포스트잇에 ‘특별 할인’이라 쓰여 있더군요.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참고로 저는 이렇게 우연찮게 발견한 데이비드 보위 굿즈나 물건, 앨범을 지나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특별 할인되어도 5만 원가량을 내야 했지만, 이 LP 커버를 볼 때마다 그때의 도파민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마침 공간차지에 마련된 멋스러운 북카트 위에 보란듯이 놓여져 있군요. 내추럴 도파민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Tags:  8호 탈플랫폼 편집실 음악


Updated 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