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차지

합정동 직장인 맛집 덤프!



정경담





원래는 이것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 협찬 광고로 한몫 땡겨보고 싶었습니다만, 『월간차지』의 창간호로 적을 옮길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합정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육 년, 저는 점심시간만이 낙이 되어버린, 그야말로 고인물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서른 중반의 제가 이런 평범한 모양새로 자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 덕에 독자 여러분께 합정 구석구석을 소개해 드릴 수 있으니 다행인 일이에요. 합정역에서 도보 1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상수, 망원, 홍대 등지의 식당도 포함되어 있으며, 맛없는 곳은 다 뺐습니다. 후후후. 어디 한 번 믿어보시죠.

이리에라멘

저의 참새방앗간. 합정의 축복 이리에라멘입니다. 일단 처음 가신다면 도미시오라멘을 꼭 드셔보시고요. 가끔 나오는 한정 메뉴들도 다 맛있어요. 저의 원픽은 미나리와 볶은 양배추를 잔뜩 올린 시오탄멘인데요. 요새는 잘 안 파세요. 슬프다. 심야영업에 재밌는 메뉴를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저는 퇴근하면 더는 합정을 견딜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어서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다른 데서 일하고 퇴근 후 합정 놀러 오시는 분들은 심야영업 시간에 방문해 보시기를 바라요.

추천메뉴: 진한도미시오라멘, 시오탄멘, 가라아게, 맥주
서울 마포구 성지1길 18, 1층


따로소고기국밥

일식 커리에 지치셨나요? 집에서 먹던 ‘카레밥’을 드시고 싶지 않으신가요? 바로 여깁니다. 카레와 경상도식 소고기국밥 두 가지 메뉴만 있어요. 이런 집이 진짜인 거 아시죠? 카레만 시켜도 소고깃국 조금 주신다는 꿀팁 전수해 드립니다.

추천메뉴: 카레라이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8, 102호


피피커피

사장님이 안 보여도 너무 걱정 마시고 종을 울리시면 바로 뛰쳐나오시는데요. 완전 장인 그 자체. 엄청 큰 얼음조각에 융 드립을 계속 부으시면서 서서히 커피의 온도를 내려주시는데요. 진짜 맛있어요. 커피 인심도 대단해요. 스몰사이즈 컵에 벤티 용량을 넣어 주시거든요. 이것이 오병이어의 기적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여기 초콜릿 음료도 미쳤어요. 근데 가격도 미쳤거든요? 근데 마셔보면 인정하게 돼요.

추천메뉴: 융드립 커피, 다크 초콜릿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3 1층


합정조이떡볶이

여기 진짜 별거 없는데 개맛있어요. 떡볶이광공인 제 친구 Y도 인정해버린 맛. 퇴근시간엔 웨이팅 지옥이니까 긴장하세요.

추천메뉴: 밀떡볶이, 원조김밥, 오징어튀김
서울 마포구 합정동 374-1


합정옥

나왔다 내 소울푸드. 합정옥이라는 곰탕집에서 파는 특속대국이라는 메뉴인데요. 여기 곰탕이 엄청 맑고 슴슴한데 그걸 베이스로 된장 풀고 배추속대 넣어서 끓인 국이에요. 진짜 개 맛있고요. 진짜… 힘든 날 고된 날 꼭 먹어줘야 되고요. 근데 제가 맨날 혼자 가서 특속대국 시키니까, 직원분들이 다 저 들어올때부터 저 인간 또 특속대국 먹으러 왔다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좀 머쓱해요… 피해의식 아니에요. 저 들어가면 물어보지도 않고 주방에다가 특속대국 하나 있어요 라고 하신단 말이에요.

추천메뉴: 특속대국
서울 마포구 양화로1길 21 2층


코리아식당

코리아식당은 달짝지근한 스타일의 백반 좋아하시는 분들 다 맘에 드실 거예요. 여기 최민수 아저씨가 할리데이비슨 타고 자주 와서 혼밥하고 가시는 합정 맛집이에요. (저도 세 번이나 봄)

추천메뉴: 제육볶음
서울 마포구 독막로 54 1층 


가츠신

트와이스 정연과 공승연 배우의 친이모 분께서 운영하시는 곳이에요. 여기 진짜 저와 직장동료들이 뽑은 “과소평가된 돈카츠집 1위”. 카와카츠? 최강금? 진심으로 안 밀려요. 튀김옷 젖은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공승연 배우 이번에 넷플릭스 〈악연 〉에서 개쩔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안 보신 분 없죠??

추천메뉴: 흑돼지 안심카츠, 새우튀김우동
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22 1층

카레시

카레시 안 가본 분 일어나 주세요. 그대로 다녀오실게요. 진짜. 스프카레의 이데아. 채소 조리의 지니어스. 북해도에 갈 필요 없고 그냥 합정 카레시로 가라던 옛 선조들의 지혜를 전해보아요. 여기는 다들 원픽 조합이 있어요. 공차처럼요. 제일 인기가 많은 건 아무래도 닭다리인데요. 저는 **~토리장기 + 브로콜리/가지/아스파라거스 추가 + 2신(신라면 맵기)~** 으로 먹는 걸 좋아해요. 토리장기는 치킨난반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크리스피하구 완전 맛있어요. 추천!

추천메뉴: 위에 적음.
서울 마포구 독막로9길 31 1층


※ 부록: 사라진 맛집들

우주옥
미친 평양냉면을 파는 홍대의 우주옥이 폐업을 했어요. 영업 종료 전전날 말벌아저씨처럼 달려가서 마지막 ‘냉면청’을 먹었어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촉촉해진 나머지 면을 말고 있는 사장님의 손도 사진으로 담았어요. 청아한 국물에 아름다운 샤퀴테리 고명. 우주옥은 최고 중의 최고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사장님한테 다음 업장에서도 평양냉면 하시냐고 한껏 감상적인 목소리로 여쭈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드라이하고 차가운 말투로 “하.겠.죠” 라고 대답해 주셨어요. TPO에 맞지 않게 너무 질척거렸던 저의 미숙한 애티튜드를 반성하며 속으로 조용히 기뻐했습니다. 새로운 업장은 청담에 꾸리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너무 멀다…


이천억돼지갈비 망원점

여기 바깥에 “이제 오이도 가지 마세요~” 라는 현수막 붙어 있길래 코웃음 쳤는데 먹어 보니 진짜로 오이도 안 가도 되겠더라구요. 상호나 외관을 보면 믿음이 안 가는데요. 왜냐하면 돼지갈비집이긴 한데 조개찜 집이기도 하거든요. 찜찜해도 저 믿고 가보세요, 라고 하려 했는데 얼마 전에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디 가셨나요, 사장님?

고쿠노야

합정은 라멘과 돈까스의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입니다. 새로운 식당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을 정도예요. 고쿠노야 역시 맛있더군요… 한동안 자주 갔는데 모든 메뉴가 준수했답니다. 어디 가셨나요, 사장님?

합정대구탕

저의 직장동료 D님이 사랑했던 카레성지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재작년 폐업을 했지 뭔가요. 그 자리에 뜬금없이 완전 양산형 익스테리어로 무장한 대구탕집이 생겼더랬습니다. 외관 때문에 기대가 없었는데 맙소사. 미친 개 맛집이었어요. 참고로 저는 생선 지리를 잘 못 먹어요. 근데 여기 대구탕은 매일 먹을 수 있어요. 근데 만원밖에 안 했다니까요. 강남 가면 이만 이천원정도 받을 집이었어요. 그야말로 퓨어한 자태를 자랑했죠. 지금은 피자집이 되었답니다. 어디 가셨나요, 사장님?


아직 풀지 못한 추천 맛집이 산더미인데요. 월간차지가 폐간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