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차지 8호 > 에세이 > 
에누리 없는 육십팔 제곱미터
※이미지북 점령사건 스핀오프 ※
👤작성: 다르(이미지북) / 번역: 이라진(이미지북)


<출 연>


곰방대로 가랑이를 긁으며 들어오는 녀석의 입에는 담배 세 개비가 들어있었다. 곰방대를 야구방망이처럼 휘두르며 출입문을 박살 낸 그 녀석의 이름은 무무민. 나는 기필코 이자까지 붙여서 보상비를 받아내겠다는 생각으로 넌지시 이름을 물어봤다. 무무민은 나보다 훨씬 컸고, 눈알이 빠지도록 올려다봤자 떨어지는 담뱃재만 맞을 뿐이었다. 이 새끼는 겁이 없는 건지 뭔지, 곰방대를 휘휘 돌리며 이미지북에 담뱃재를 뿌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몸을 꿈틀거리며 슬그머니 무무민에게서 멀어졌다. 오해하지 마라.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무무민의 뒤에서 달큰한 향기를 솔솔 뿜어대는 시퍼런 깡패 자식이 깨진 유리 구멍으로 들어오길래, 그러니까… 그 상판을 보려고 저 멀리 달아난 것이다.


무무민은 내 꼴을 보면서 콧김을 뿜더니 뒤따라 들어온 녀석을 포리도리라고 소개했다. 깨진 유리에 껍질이 찢어진 포리도리는 시퍼런 과즙을 흘렸고, 어느덧 나는 그 녀석에게 다가가 과즙을 받아먹고 있었다. 내 정신은 포리도리의 과즙에 온통 빼앗겨 버렸다! 무무민, 포리도리… 심상치 않은 녀석들. 내 모습이 비굴해 보였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양분을 다 빼앗아 먹는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걸까? 포리도리는 무무민의 곰방대로 나를 패더니 곧장 리볼버로 책들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이미지북이 방음 하나는 끝내줬으니 망정이지!

포리도리: 우린 더 이상 집에 돌아갈 수 없어! 난 막돼먹은 포도니까. 아, 무무민은 망나니 개구리지만.
무무민: 쫄아도 소용없다. 우린 여기가 마음에 들거든.



무무민과 포리도리는 발로 내 몸을 툭툭 건드리며 나를 위협했다. 그리고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더니, 깔깔 웃으며 나를 조롱하는 것 아닌가! 이 새끼들… … 내가 지금 오줌이 X나 마려워서 그래(마침 이미지북 화장실이 고장 난 상태였다). 니들 앞에서 지리기 싫으니까, 고독한 눈물을 흘리면서 참는 것 아니냐! 무무민은 곰방대로 나를 골프공마냥 굴리다가 기다란 책상 앞에 앉았다.

무무민: 이미지북의 육십팔 제곱미터를 내놔. 에누리 따윈 없어!
포리도리: 이십 평만 받아 가는 걸 고마워해야 할 거야.


온몸이 떨렸다. 오해 마라. 엄청난 분노로 바들바들 떤 것이니! 잠시간의 정적 후…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커튼 쪽으로 향했다.

잠깐! 왜 이미지북을 버리고 줄행랑이냐고? 이 정도로 쫄아 버린 거냐고? 우선 곰방대로 X나 맞은 상태였으니 그런 무시는 사절이다.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기회를 엿본 것이다. 커튼 뒤에서 거금 백만 달러를 팬티 안에 숨긴 채 숨죽여 대기 중인, 내 친구들에게 갈 기회를!

이미지북은 총 다섯 명의 인간이 소유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반려 애벌레로서 이미지북의 모퉁이에 자리를 틀었다. 물론 얌전히 책만 먹으려고, 단 일 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영화 따위를 보려고 여기 있는 건 아니다. 자리를 내주니 군말 없이 있었던 것뿐, 난 언제나 그들을 내 아래에 두고 싶었다. 반려 애벌레의 삶은 X나 힘들거든. 어느 날,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올라갔을 때였다. 옥상 흡연구역에는 컨테이너 창고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종이 썩은 내가 진동하여 그 누구도 열어보지 않았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서 집을 여섯 채나 사들인 앙트와느 마리 불라르의 마지막 서고였다나 뭐라나… 문득 그곳이 궁금해진 나는 창고의 녹슨 창틀로 열심히 기어갔다. 눈앞에 나타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신천의 도둑들이 장서를 모두 훔쳐갔다는 건 들었다만, 창고 안에 거금 백만 달러가 있을 줄이야! 돈의 출처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저 거금을 빼돌리는 일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창고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가 달러를 한 장씩 훔쳤다. 하지만 백만 달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 많은 지폐를 훔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이미지북 인간들? 알 바 아니다. 내가 손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녀석들… 크큭, 그래! 나는 정키 드러머 잭 듀발과 무대 디자이너 토드 해케트, 그리고 장미용(재즈 주파수 특허권자)을 불렀다. 그들에게 거금 백만 달러를 보여주며, 인간 다섯 명이 모두 없는 때를 노리자고 일렀다. 결국에는 내가 다 먹을 거지만.

하필이면 그날이 바로 무무민과 포리도리가 쳐들어온, 바로 오늘이었다! 내가 얼마나 억울할지 조금은 감이 오는가? 저 돈을 위해 다섯 개자식의 비위를 맞추며…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거금 백만 달러를 놓칠 수는 없다. 뒤를 힐끔 쏘아본 뒤 커튼 뒤로 들어갔다. 무무민은 도망치는 거냐며 짜증을 냈다. 포리도리는 코를 팽 풀었고, 이미지북에 놓인 책들을 구경했다.

포리도리: 이 책들은 다 뭐야… …? 난 『호프 끝장』이 없는 곳은 취급 안 하는 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이미지북 인간 한 명이 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편집자 主: 월간차지 인간 두 명도 필진으로 참여했기에 남겨둡니다.)




커튼 뒤 나의 친구들… 아니, 조력자들은 이 상황을 다 엿듣고 있었다. 잭 듀발은 드럼 스틱을 꽉 쥔 채 신호만 보내면 뛰쳐나갈 기세였고, 토드는 공책에 이 상황을 그리고 있었으며, 장미용은… 널브러진 달러에 파묻힌 채 책상 밑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들의 짧은 팬티 속에는 달러가 가득했다.

다르: 이봐, 친구들. 우선 담요로 팬티를 고정시켜. 돈이 떨어지지 않게 말이야. 남은 달러는 쓰레기통에 숨겨두라고. 잭은 드럼 스틱을 들고나와. 아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뭐든 좋으니까.

그때였다! 기다림에 잔뜩 성이 난 무무민과 포리도리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

무무민: 이 새끼들 다 뭐야!

나는 무작정 잭의 팔을 잡아끌어 그들에게 던졌다. 잭은 무무민의 곰방대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드럼 스틱을 쌍검처럼 휘둘렀다. 그래, 잭 듀발이여! 무무민의 맞짱 상대가 되어라. 포리도리는 서둘러 리볼버를 꺼내 총구를 겨눴지만, 총알이 없어서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다르: 친구들, 지금이야. 우리에게 내일 따윈 없다. 오로지 공동의 목표가 있을 뿐이야!



장미용은 책상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다이다이 깰 때 들으면 무조건 오야붕 되는 재즈 주파수’를 재생했고, 토드는 공책에 총을 그려 모양대로 찢었다. 그러곤 포리도리에게 종이 총을 겨누었다. 아, X발! 답이 없음을 느낀 나는 부랴부랴 포리도리 앞을 막아섰다. 무무민과 잭은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포리도리: 육십팔 제곱미터. 그것만을 원한다.
다르: 무뢰한은 닥쳐! 나의 고독한 눈물을 얼마나 비웃었는지 기억하는가? 너희들의 눈물, 콧물은 내 것이 될 테니까, 에누리 따윈 없어!


나는 녀석들에게 맞아 생긴 눈가의 멍을 바닥에 떨어진 종잇조각으로 살짝 그었다. 찐득한 핏물이 나왔다. 포리도리는 나의 행동을 보고 순간 표정을 굳히더니 전투 자세를 고쳐잡았다. 녀석은 총알 대신 몸에서 포도알 몇 개를 툭 떼어내 리볼버에 장전했다.


잭 듀발: 몇 번이고 말했지만, 우리에겐 죄가 없다.
무무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걸 입증할 돈이 없지 않은가. 그럼 드러머답게 장단이나 맞추란 말이다!
잭 듀발: 내 스틱은 오늘을 위해 그 역경을 견딘 것이다… 다시는 우리(잭앤틱)를 무시하지 마라!


고요해진 우리와 달리 무무민과 잭은 여전히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각성 상태인 잭의 정신과 반대로 그의 몸은 점점 굽어 갔다. 아뿔싸, 시간이 없다.

[풍경]
포도알을 장전한 리볼버. 그것을 든 포리도리. 어느새 멍이 사그라든 다르. 고대 족술 준비 자세. 두려움에 오줌을 지린 장미용. 젖은 달러들. 스크린을 방패 삼아 종이 총으로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토드. 효과 없음. 눈처럼 내리는 종이.

[소리]
휘이이이이잉. … … 와라. 쿵!


… …  ///화면 오류///
///선정적, 잔혹함, 무자비함, 난폭함, 혈투///
///굉음, 아우성, 애곡///
… … ///전송 오류///
///… … 털썩 … …///


저런, 오류가 발생했군.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들 알 것이라고 믿는다. 굳이 귀찮게 그때의 장면을 다시 보여 주고 싶지 않다. 구술을 되풀이하고 싶지도 않고.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싸움에서 졌고 에누리 없는 육십팔 제곱미터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난장판이 된 이미지북을 빠르게 정리했다. 시간이 없었는지 잭 듀발과 토드 해케트, 장미용은 커튼 뒤 작업실에 대충 내팽개쳤다. 작업실을 제외한 육십팔 제곱미터만큼은 ‘이미지북’이었다. 그러니 곧이어 들어온 다섯 명의 머저리들이 멋도 모르고 점거 행사니 뭐니 떠들어 대지 않았겠는가… 우리… 아니지. 나만 애송이가 된 기분은 정말이지 엿같다!


무무민과 포리도리의 행사는 짜증 날 만큼 잘 끝났다. 다들 모르겠지. 그전에 어떤 혈투가 오갔는지 말이다. 그러니 다들 웃고 떠들며 그들의 강령을 외웠겠지… 바보같이! 하지만 다섯 명의 얼간이와 무무민, 포리도리를 포함한 그들. 그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나는 점거 행사가 시작된 뒤, 커튼 뒤 공간에서 굴러다니던 잭, 토드, 장미용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르: 거금 백만 달러를 챙겨라… 에누리 따윈 없이!

지금 나는 무무민과 포리도리를 만나러 공간차지로 가는 열차의 특실에 타고 있다. 열차 안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이미지북의 쩌리 한 놈(이라진)에게 이 글을 작성하게 했다. 나는 이따금 일천 년 전부터 전해진 다르어를 쓰곤 하는데, 이 녀석만이 유일하게 다르어를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 쓸모 없는 녀석이지만. 이 글을 쓴 이유따위는 알 필요 없다. 열차를 탄 이유라면… 눈치챘는가? 그래, 나는 공간차지를 점거하러 간다. 거금 백만 달러가 든 컨테이너와 함께, 그곳을 빼앗으려 한다. 내 도착 예정 시간과 똘마니들, 사용할 무기는 알려줄 수 없다. 어디 한번 피 말리는 시간을 견뎌 보라지.

다만, 아량을 베풀어 이정도는 말해주겠다.
잘 들어라…
나의 흉폭함에 에누리 따윈 일절 없다!



Tags:  8호 이라진 지정학


Updated 26.09.30.